[기획] 금호 ‘형제의 난’ … 2008년 대한통운 인수 때 본격적으로 틀어져

입력 2014-09-06 03:21
추석을 며칠 앞둔 지난달 말 금호석유화학이 박삼구(69)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금호석화 박찬구(66) 회장은 박삼구 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의 셋째, 넷째 아들이다. 이번 고소는 형제간 보복전 성격이 짙다. 한때 우애를 자랑하던 금호가(家) 형제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무너진 형제애=박삼구 회장은 2002년 9월 금호아시아나그룹 4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둘째 형인 고 박정구 회장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자리를 물려받았다. 박찬구 당시 금호석화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당시에는 다소 내성적인 동생이 적극적인 형을 따르면서 갈등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삐걱대기 시작한 건 2005년 5월 첫째 형인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한 이후다. 재계에선 형(삼구)이 이끌고 동생(찬구)이 보좌하는 ‘형제 경영’이라고 칭찬했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박삼구 회장은 그해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정적이었던 박찬구 당시 부회장과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으로 사이가 틀어진 건 2008년 대한통운 인수 때다. 인수에 부정적이었던 박찬구 석유화학 부문 회장은 회사 가치 하락을 이유로 금호석화를 인수에 참여시키지 않았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석화 자회사였던 금호렌터카를 대신 동원했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이후 금호렌터카는 어마어마한 부채를 졌고 렌터카 사업부가 대한통운으로 양도되면서 회사는 껍데기만 남게 됐다”며 “시작은 거기에서부터였다”고 말했다.

2009년 6월 박찬구 회장은 금호산업 주식을 팔고 금호석화 주식을 사들였다. 빚더미에 앉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한 직후였다.

박찬구 회장과 아들 준경씨의 금호석화 지분율은 한 달 만에 10.01%에서 18.20%로 늘었다. 금호산업 주식은 모두 처분했다. 계열 분리 작업이었다. 형제간 싸움은 박삼구 그룹 회장이 그해 7월 박찬구 회장을 해임하면서 한층 거칠어졌다. 채권단이 2010년 2월 금호석화를 그룹에서 분리 경영키로 결정한 뒤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화 회장으로 복귀했다. 동생과 동반 퇴진했던 박삼구 회장은 같은 해 11월 그룹 회장으로 돌아왔다.

◇잇따르는 보복전=금호석화는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그룹 계열사에서 제외해 달라고 신청했다. 박찬구 회장은 그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불구속 기소된다. 올해 1월에 있은 1심 재판에서 배임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집행유예를 받았다. 금호석화 측은 이 수사가 박삼구 회장 측 제보로 진행됐다고 본다. 박찬구 회장은 지난 3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형과는 루비콘강을 건넜다. 형이 검찰에 손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 격인 금호산업은 지난해 9월 법원에 금호석화와 그 계열사가 ‘금호’ 상호를 쓰지 못하게 해달라는 상표권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2월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박삼구 회장의 개인 일정을 빼낸 혐의로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를 고소했다. 금호석화는 박삼구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사내이사 선임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과 함께 집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이번에 검찰에 고소한 건 박삼구 회장이 기업에 손해를 끼쳤기 때문”이라고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번번이 지는 소송을 왜 내는지 모르겠다”며 “참 난처하고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