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국민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중징계의 후폭풍이 거세다. 이 행장 사퇴로 혼돈에 빠진 국민은행은 당분간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지만 경영공백이 불가피해졌다. 금융위원회는 조속한 시일 내 임 회장의 징계문제를 결론내기로 했지만 고민이 크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낙하산 인사와 금융지주회사 체제의 문제점 등 금융권의 고질적인 병폐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금융위, 조속한 시일 내 임영록 징계문제 확정=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금융감독원장이 건의한 임 회장 중징계 조치와 관련, 5일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하고 KB금융의 경영을 조기에 안정시키기 위해 이른 시일 내에 금융위 전체회의를 개최하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르면 12일쯤 임 회장에 대한 징계문제가 금융위 의결을 거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위원장,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차관, 한국은행 부총재,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 9명으로 구성되며 금감원장도 여기에 포함된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금감원의 중징계 건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에서 중징계가 확정된다 하더라도 임 회장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민은행, 박지우 수석부행장 직무대행 체제로=국민은행 이사회는 이날 긴급 임시회의를 열고 등기이사인 박지우 부행장을 은행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하고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 운영키로 했다. 이사회는 내분의 원인이 됐던 주전산기 선정사업을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재개하기로 했다.
아울러 인적·조직 쇄신을 통해 조직의 안정화를 도모하고 내부통제체제의 실효성 제고 등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또 은행지배구조 및 경영의사결정 체제를 정비하고 지주사와 은행 간 소통과 협조채널을 보강하기로 했다.
차기 행장은 국민지주 이사회에서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를 구성해 선출하게 된다. 행추위는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 승인 건이 금융위에서 결정된 후에야 열릴 것으로 보인다. 차기 은행장 후보군으로 KB 내부에서는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과 정연근·이달수 전 KB데이터베이스 사장, 김옥찬 전 부행장 등이 물망에 오른다. 외부에서는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등이 거론된다.
누가 행장이 되든 올 상반기 순이익이 시중은행 꼴찌 수준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내부 갈등을 조기에 수습하고 리딩뱅크로서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권 고질적 병폐 개선될까=이번 국민은행 내분 사태에서 낙하산 인사와 금융지주회사 체제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국민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은 과거부터 주로 관료 출신이나 친정부 인사들이 임명돼왔다. 이 행장은 취임 때부터 낙하산 인사로 규정돼 노조로부터 반발을 샀고, 임 회장은 모피아(재무부 관료) 출신이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또다시 낙하산이 이뤄질까봐 염려된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지주회장과 은행장 자리에 낙하산 인사가 오지 않도록 지배구조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주회사 회장과 은행장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고 지배구조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거듭 제기된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우리나라의 금융지주회사 거버넌스(지배구조)는 너무 취약하다”며 “의사결정이 신속하고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주회사 중심의 강력한 이사회를 구성하고 지주회장이 은행장을 겸하는 단일체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재중 박은애 기자 jjkim@kmib.co.kr
임영록 지주회장 징계 12일쯤 금융위 전체회의서 결론
입력 2014-09-06 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