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귀성객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다. 민생은 팽개치고 정쟁에만 몰두하다 ‘방탄 국회’에는 똘똘 뭉친 정치권에 국민은 극도의 불신감을 갖고 있다.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추석 민심’이 향후 정국의 나침반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연휴 이후 실시되는 세월호법에 대한 여론조사와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리트머스시험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5일 “여야·청와대, 정치권 전체가 양보해 세월호법을 타결하라는 목소리가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월호법을 둘러싼 여론은 여야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지 않고 있다. 최근 조사를 보면 새정치연합의 장외투쟁에는 반대하는 여론이 훨씬 높지만, 세월호법에는 유가족 의견이 더 반영돼야 한다는 결과가 많다. 여론조사 기관마다, 문항 설계 방식마다 결과가 뒤바뀌기도 한다. 세월호법 제정이라는 ‘정책 이슈’가 보수·진보 갈등이라는 ‘정치 이슈’로 변질되면서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여야 모두 서로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에 몰려 있어 세월호법 타결이 어려운 상태다. 새누리당은 진상조사위원회가 수사권·기소권을 갖는 것은 사법체계에 맞지 않고 이미 세월호법은 여야 합의가 끝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유가족이 반대하는 법안을 국회가 통과시킨들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반박한다.
여야의 공식 협상은 끊긴 상태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말부터 새정치연합을 배제한 채 유가족과 세 차례 직접 대화에 나섰다. 새정치연합도 여야·유가족 ‘3자 협의체’ 제안이 물거품이 되자 연일 박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비공개 회동을 가졌으나 입장차가 여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는 추석 이후 세월호 정국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새누리당은 세월호법과 민생법안 분리 처리를 강조하며 ‘민생현장탐방’에 나서고 있고, 새정치연합은 ‘세월호법이 최고의 민생법안’이라며 여론전에 총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론이 여야 어느 한쪽으로 쏠리기보다는 정치권 전체에 대한 세월호 해결 요구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한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곧 예산국회가 시작되기 때문에 추석 이후 최단기간에 세월호법을 해결하라는 압박이 여야뿐 아니라 대통령에게도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당 주장처럼 민생법안 처리 여론이 높아지겠지만, 민생법안은 야당의 세월호법 처리 요구와 맞물려 있는 상황”이라며 “여론은 대화와 타협으로 접점을 찾기 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도 “여야·유족 3자 모두 양보를 해서 특별법에 합의해야 한다는 경향이 늘어날 것”이라며 “특별법이 합의되지 못하면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야당이 좀 더 힘든 상황이 되겠지만 여야 모두 지지율이 답보·정체 상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세월호법에 대해서는 “국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선 긋기’가 여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는 듯하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박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은 긍정평가 45% 대 부정평가 45%로 조사됐다. 부정평가 이유로 ‘세월호 수습 미흡’이 19%로 ‘소통미흡’(27%)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했다. 갤럽은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 국면이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직무 평가 역시 같은 기간 동안 긍정과 부정이 팽팽하게 맞서며 답보 중”이라고 분석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무슨 낯으로… 정치권 寒가위
입력 2014-09-06 0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