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추석病’?… 2013년엔 국정원 댓글 사건, 2014년엔 세월호 특별법 놓고 극한 대치

입력 2014-09-06 03:41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여야 대치정국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정원 댓글 사건, 올해는 세월호 특별법이 쟁점이다. 이슈만 달라졌을 뿐 여야가 극한으로 치닫는 모습은 그대로다.

여야가 내세우는 명분도 지난해와 엇비슷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진상규명도 중요하지만 민생 및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5일 서울 용산소방서 119센터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 때문에 국가경제·민생문제가 지체돼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면서 “민생·경제문제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추석 뒤에는 활발하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계를 1년 전으로 돌려보면, 당시 민주당은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에 ‘올인’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민생과 경제에 방점을 찍었다. 국회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야당은 여당이 진상 규명에 소극적이라고 전제하고, 여당은 야당이 시종일관 국정 발목잡기에만 나선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매번 대화의 장조차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 합의가 번번이 무산되고, 그로 인한 정국 경색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행태도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달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안과 재합의안이 모두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 추인 받지 못한 후로 정국은 꼬일 대로 꼬여버렸다. 새누리당은 약속을 깬 새정치연합에 모든 책임을 묻고 있고, 새정치연합은 집권 여당이 풀어야 한다며 연일 강공 모드다.

청와대가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도 닮았다. 국정원 댓글 사건이 지난 2012년 대선 공정성 문제와 직결됐다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청와대를 어디까지 조사에 포함시킬 것이냐와 결부돼 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정호성 제1부속실 비서관의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로 파행을 거듭하다 결국 빈손으로 끝난 게 대표적이다. 새정치연합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언제든지 찾아오라던 박 대통령은 아무런 응답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새누리당은 특별법은 국회에서 풀 문제라는 인식이 확고하다.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이정희 교수는 “여야를 막론하고 추석 민심에 귀를 기울여 서로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지훈 기자 zeitgei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