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휴일이 첫 적용된 긴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귀성인파로 역과 터미널, 고속도로는 벌써 붐빈다. 설렘은 고향을 찾는 발걸음보다 저만치 앞서 있다.
올 추석을 맞는 마음은 어느 해보다 각별하다. 유순했던 예년과 달리 여전히 따가운 햇볕처럼 과도한 치열함이 곳곳에 널려 있다. 정치권의 아귀다툼은 차라리 정치 부재를 원할 만큼 경박스러웠다. 대화와 타협은 실종됐고 반목과 대립이 국회를 관통했다. 무위도식의 뻔뻔함 속에서도 자기 몫과 안위를 찾을 때는 한마음이었다.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는 늘 함성과 고함이 가득 찼다. 집회 참가자와 경찰의 밀고 막는 몸싸움으로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은 달아 있었다. 같음과 다름의 분별은 필요 없었고 옳고 그름의 다툼만 이어졌다.
나라 안팎의 암초는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새 경제팀의 등장으로 활력을 띠는 분위기지만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기업은 잘사는데, 국가는 부자인데도 개인의 주머니는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부의 불평등은 행복의 평등을 가로막고, 물질적 소비는 행복의 효용마저도 대체했다.
이번 한가위가 여느 때와 다른 것은 세월호의 슬픔 때문이다. 가족을 잃은 부모의 가슴에 보름달은 뜨지 않는다. “내 소원은 유족이 되는 것”이라며 팽목항을 헤매는 실종자 가족에게 추석은 없다. 세월호 참사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확인시켜 준 교훈이었다. 박경리는 소설 ‘토지’에서 추석을 ‘쓸쓸하고 가슴 아픈 축제’라고 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 추석은 그렇다.
하지만 넋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늘 그랬던 것처럼 추석은 넉넉함으로 가득하다. 때 이른 추석이지만 이번에도 결실은 풍성하다. 추석은 피붙이들의 그리움을 확인하는 날이지만 이번에는 그 대상을 확장해 보자. 독거노인, 외국인 근로자, 환경미화원 등 주변에 온기를 전하며 스스로 추석 행복 바이러스를 생산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래서 세상이 추석 이후에는 좀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추석을 맞자. 이번 추석 연휴에는 주일도 포함돼 있다. 모처럼 고향교회를 찾아 묵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사설] 더불어 웃으며 추석 덕담 나누기를
입력 2014-09-06 0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