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B금융 징계반발은 사태 더욱 악화시킬 뿐

입력 2014-09-06 03:49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결정하자 이 행장은 즉각 사퇴했으나 임 회장은 사퇴를 거부했다. 그동안 중징계를 받으면 물러나는 게 금융권 관행이었다. 금융지주회사 임원에 대한 최종 징계권한을 갖고 있는 금융위원회는 추석 이후 임 회장에 대한 최종 징계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수십억원의 연봉을 포기하고 불명예스럽게 지금 물러나는 것이 임 회장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분을 일으키고 고객정보 유출에 책임 있는 임 회장이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는 게 KB금융지주를 안정시키는 길이다. 임 회장은 진실규명을 위해 권리구제 절차를 진행하고 조직안정화와 경영정상화를 위해 임직원 및 이사회와 협력하겠다고 했다. 이미 직원들의 신뢰를 잃어 퇴진요구를 받고 있는데 분란을 일으켰던 당사자가 경영정상화를 하겠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KB금융은 지난 5월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내홍이 불거졌지만 금융감독원의 제재가 몇 달씩 지연되면서 만신창이가 됐다. 그룹 매출의 83%를 은행에 의존하는 KB금융으로선 비은행분야로 수익원을 다양화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그런데 우리투자증권 인수 실패에 이어 KB금융지주가 기관경고를 받으면서 LIG손해보험 인수마저 불투명해졌다.

국민은행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5462억원으로 꼴찌 수준으로 추락했다. 총자산 규모가 국민은행에 비해 훨씬 작은 기업은행보다 더 적은 이익을 냈으니 리딩뱅크라는 말이 무색하다. 고객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KB금융은 하루속히 새 경영진을 맞아 경영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KB금융은 역대 회장이나 행장 8명 중 6명이 중도 하차했다. 정부가 2003년 12월 지분을 모두 매각했지만 줄곧 주인행세를 하면서 낙하산 인사를 해온 탓이다. 임 회장과 이 행장도 각각 다른 연줄을 타고 내려왔다가 갈등을 빚었다. 자산 400조원의 국내 최대 민간금융회사가 더 이상 낙하산 인사로 망가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