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말리는 여야… 의장 중재안도 ‘내 입맛대로’ 해석

입력 2014-09-06 03:07
추석 직후 본회의를 열어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법안을 처리하자는 정의화 국회의장 중재안을 놓고 여야가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으며 서로를 압박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법안을 ‘분리 처리’하자는 새누리당과 ‘동시 처리’를 주장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추석 연휴 전날까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설전을 벌였다.

여당은 의장이 직권으로 회기 일정을 결정할 수 있다는 국회법을 언급하며 민생법안 단독 처리를 주장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5일 “여야 합의로 법사위까지 통과한 민생법안은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열어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간 법안이 처리되지 않아 서민복지와 경제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이 묶여 있다”며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의장은 얼마든지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심의·의결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은 특별법대로 유가족과 공감대를 이루기 위해 계속 논의할 것”이라며 “추석 연휴 중이라도 부단한 대화로 돌파구를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15일 본회의 때 계류 중인 미처리 안건들을 표결 처리할 예정’이라는 문자를 보내며 소집령을 내렸다.

국회법 76조는 회기 의사일정을 결정할 때 여야 국회운영위원회와 협의하도록 했지만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의장이 단독으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91개 민생법안의 경우 이미 각 상임위원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본회의에 상정할 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 대상이 아니라는 게 여당의 주장이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도 “의장이 15일 본회의를 잡아주시면 반드시 표결에 참여할 것”이라며 본회의 계류법안의 여당 단독처리 의사도 시사했다.

새정치연합은 정 의장의 중재안이 세월호 특별법을 함께 처리하라는 메시지라고 해석하며 여당을 압박했다.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의장은 연휴 기간에도 여야가 지혜를 모아 세월호 특별법을 준비하도록 당부했다”며 “특별법에 대한 합의와 법안 처리가 함께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한 것인데 새누리당이 단독으로라도 일반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뻔뻔스럽게 얘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장의 중재 노력마저 거부한 새누리당은 ‘세월호를 잊고 싶다’는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며 “일반 법안을 세월호 특별법보다 앞서 처리하려는 방침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국회법에 대한 해석을 놓고도 여당과 각을 세웠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여당의 주장은 의사일정과 본회의 안건을 여야 협의를 거치도록 한 기본 원칙조차 무시하는 것”이라며 “일반 법안에 대해서는 의장에게 총대를 메라고 하고,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서는 손떼라고 하는 등 정리가 안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본회의 계류법안 처리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세월호 특별법을 뒤로 미뤄두고 다른 법안만 처리하자는 분리 처리에 응할 수 없는 것”이라며 “계류법안 처리는 전적으로 새누리당의 손에 달렸다”고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행 국회법에 따라 의장이 단독으로 본회의 등의 일정을 잡을 수는 있지만 의안을 상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 해석”이라며 “의장이 본회의 일정을 잡더라도 협의할 게 없어 ‘교과서 없는 수업’이 된다. 결국 여야 합의 없이는 꽉 막힌 정국을 풀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