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사과와 반성은커녕 변명만 일삼는 정치권을 보면 ‘이런 철면피들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방탄국회는 없다”고 장담했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거짓말쟁이가 됐고, 적잖은 이탈표가 나온 새정치민주연합 또한 오십보백보다. 이렇듯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도 여야는 죄의식 없이 그 책임을 법과 제도 탓으로 돌리는 몰염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김 대표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비난을 달게 받겠다. 죄송하다”면서도 “개헌 없이는 송 의원이 영장심사를 받을 수 없다”고 애꿎은 헌법 탓을 했다. 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당 혁신과제로 제시했던 김 대표가 맞나 싶다. 의지가 있었다면 의원들 자유의사에 맡길 게 아니라 당론으로 결정했어야 마땅했다. 애초 그럴 의지도 없었으면서 뒤늦게 법체계 미비 운운하는 건 비겁한 변명이다. 한마디로 국회의원 특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새정치연합 역시 뻔뻔스럽기가 새누리당에 뒤지지 않는다. 체포동의안 표결에 참여한 새누리당 의원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하더라도 야당에서 상당수의 이탈표가 나온 게 분명한데도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우리는 거의 이탈이 없었다”고 강변했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가 없기 때문에 의원들이 부결시킨 것”이라는 박지원 의원의 고백대로 자신들도 동조했으면서 모든 걸 새누리당 탓으로 돌리는 후안무치한 행동을 하고 있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여야가 대책이랍시고 꺼낸 불체포특권 관련 법 개정 얘기도 신뢰할 수 없다. 2012년 7월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이후에도 법 개정 얘기가 있었지만 관심이 희미해지자 금세 안면을 바꾼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회에서 처리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할 일은 하지 않으면서 비리 의원 감싸는 것으로도 모자라 얼토당토않은 변명이나 늘어놓으며 다달이 꼬박꼬박 세비 받아 챙기고 거기에 추석 상여금까지 받는 국회의원들, 애물단지가 따로 없다.
[사설] ‘방탄’ 반성은커녕 법·제도만 탓하는 여야
입력 2014-09-06 0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