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사일러 신임 미국 6자회담 특사가 취임 후 첫 외부 연설에서 북한과 대화가 필요하다면서도 제재와 압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북한 정권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아울러 북한 억류자 문제 해결을 위해 북·미 간 비공식 통로인 ‘뉴욕채널’을 통해서도 북한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일러 특사는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개최한 오찬 강연에서 북한의 핵 문제와 열악한 인권 상황 해결이 상호배타적 혹은 모순된 정책 목표가 아니라는 존 케리 국무장관의 발언을 인용하며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했다. 그는 또 북한 지도부가 주민들에게 평화와 번영을 제공할 수 있는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비핵화, 인권 개선, 경제 성장을 통한 주민생활 향상 등이 필요하다며 미얀마가 밟은 길을 따를 것을 촉구했다.
사일러 특사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 정부의 대북 기조는 외교, 압박, 억제라는 세 가지 축으로 돼 있다”면서 “북한의 핵 계획을 후퇴시키고 위협을 막아내기 위해 이 세 가지 수단을 효과적으로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설에서 대화 등 외교적 해결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대화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제재는 북한 주민의 생활을 고통스럽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는 등 제재와 압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6자회담이 여전히 유용한 외교 수단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사일러 특사는 이어 “(케네스 배 등) 미국인 3명이 북한에 억류된 것은 북·미 관계 발전에 중대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을 통한 영사 접촉뿐 아니라 뉴욕채널을 통해서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일러 특사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담당 보좌관을 지내다 이번 주부터 국무부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특히 14개월간 공석이었던 미 6자회담 특사를 맡게 돼 그의 이날 연설은 큰 관심을 끌었다. 워싱턴 소식통은 “미국인 억류 문제와 이수용 북한 외무상의 유엔 총회 참석 등을 감안할 때 오늘 연설에서 ‘온건한’ 메시지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오히려 북한 인권까지 거론했다”며 “새 대북 정책라인이 들어섰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변화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北 억류자 석방 위해 뉴욕채널 가동중”
입력 2014-09-06 0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