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꼽혀온 로버트 맥도널(60) 전 버지니아 주지사가 사업가에게서 거액의 금품을 받는 등 부패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사실상 대권 잠룡은 물론 공인으로서의 경력도 끝났다는 평가다. 민주당 소속 테리 매컬리프 주지사의 전임인 맥도널 전 주지사는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의 러닝메이트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공화당의 유력 주자다.
버지니아주 연방지방법원의 배심원단은 4일(현지시간) 맥도널 전 주지사에게 적용된 혐의 13개 중에서 11개에 대해 유죄라고 평결했다. 배심원단은 또 맥도널 전 주지사의 부인 모린 맥도널에 대해서도 13가지 혐의 중에서 9개에 대해 유죄라고 평결했다.
이로써 맥도널은 역대 버니지아 주지사 중 처음으로 기소됐을 뿐만 아니라 첫 유죄 평결을 받은 인물로 기록되게 됐다. 죄목에 대한 최대 형량은 30년까지 가능하다.
맥도널 전 주지사 부부는 제약회사인 스타사이언티픽의 조니 윌리엄스 최고경영자로부터 16만5000달러(1억7000만원) 상당의 선물과 대출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맥도널은 배심원단이 유죄 평결문을 읽어나가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흐느꼈다. 부인 모린도 남편만큼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울음을 터뜨렸고 딸의 위로를 받는 것으로 보였다고 NYT는 전했다.
앞서 지난해 이들의 부패 스캔들이 터졌을 때 워싱턴포스트(WP)는 모린이 뉴욕의 버그도프굿맨 백화점에서 쇼핑하고 나서 윌리엄스에게 1만5000달러(1540만원)를 계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또 캘리포니아주 말리부 보석 가게에서 윌리엄스의 롤렉스 손목시계를 보고는 주지사 남편에게 선물하겠다며 6500달러(670만원)를 호가하는 이 제품을 하나 사달라고도 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2011년 딸이 주지사 관저에서 결혼식을 올렸을 때는 식대 1만5000달러를 윌리엄스가 계산했다고 폭로했다. 맥도널 부부는 연방수사국(FBI) 조사 과정에서 위증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법정에서 “윌리엄스로부터 호의와 우정을 받았지만 이를 대가로 불법을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모린은 재판 과정에서 남편과의 불화 등으로 결혼생활이 파탄 난 상태에서 윌리엄스에게 끌렸다고 증언해 이 재판은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는 그녀가 윌리엄스로부터 받은 선물이 로비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환심을 사려는 ‘개인적 선물’이었다는 논리다. 하지만 판결로 보면 배심원단은 모린의 이러한 증언을 일절 받아들이지 않았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美 공화당 잠룡 맥도널 추락… 부패혐의 유죄 평결
입력 2014-09-06 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