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국방에 식칼·백색가루 든 괴소포

입력 2014-09-06 03:08
한민구 국방부 장관 앞으로 소포를 보낸 용의자가 24일 밤 11시9분쯤 서울 은평구의 한 편의점에서 배달을 의뢰하는 장면이 CCTV에 잡혔다. 연합뉴스
소포에는 붉은 글씨로 쓴 협박문이 들어있었다.
‘한민구’란 글자가 쓰인 식칼 등이 들어있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수신자로 한 ‘괴소포’에서 협박편지와 식칼, 백색가루가 발견돼 군과 경찰이 합동수사에 나섰다.

국방부는 “지난달 24일자로 발송된 소포에서 위험물질들이 발견돼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며 “지난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백색가루가 보내졌던 것보다 심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5일 밝혔다. 군은 동일범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협박문에 북한이 즐겨 쓰는 표현이 있어 북한과의 연계성도 조사하고 있다.

당초 이 소포는 수신 주소가 ‘이태원로 22/용산 3가 한민구’로 명확하게 표시되지 않아 ‘주소불명’으로 첫 발송처인 해당 택배회사의 서울 은평지점으로 반송됐다. 하지만 회사 직원이 포장에 쓰인 국방부 민원실 전화번호로 전화해 국방부 장관이 수신처임을 확인하고 재발송하기 위해 다시 포장하던 중 식칼 등이 발견됐다. 32.8㎝ 길이 식칼 양쪽 면에는 붉은 색으로 ‘한민구’, ‘처단’이라는 글씨가 각각 적혀 있다. 20여㎎ 분량 백색가루는 밀가루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지난달 28일 신고를 받자 합동조사반을 구성해 발송자 추적에 나섰다. 조사반에 따르면 괴소포는 24일 밤 11시9분쯤 서울 은평구 한 편의점에서 택배가 의뢰된 물품이다. 이 점포 CCTV에 포착된 용의자는 검은 모자를 쓰고 검은색 티셔츠와 바지를 입은 신장 175㎝의 20∼30대 남성이었다. 그는 직원에게 “부쳐주세요”라는 간단한 말만 했다. 군 합동조사반은 소포가 발송된 은평구 연신내를 중심으로 이동경로상 CCTV 영상을 확보해 판독 중이다.

소포에는 ‘국제평화행동단’ 명의의 협박문이 있었다. 협박문은 왼손으로 작성한 듯 불안정한 필체의 붉은 글씨로 “그놈의 주둥이를 함부로 놀려 기어이 한반도에 핵전쟁의 불구름을 불러오느냐. 네놈을 그냥 두고서는 우리 국민이 다 죽을 것 같아 처단하기로 결심했다”며 한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협박문은 지난달 30일 인터넷 사이트 ‘서프라이즈’에도 공개돼 군은 IP를 추적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김 전 장관에게 밀가루로 밝혀진 백색가루가 든 소포를 보낸 용의자는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