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워치를 보는 두개의 시선과 숨은 전략

입력 2014-09-06 03:54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이돈주 전략마케팅실장(사장)이 지난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삼성 언팩’ 행사에서 ‘기어S’를 공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독일 베를린에서 5일(현지시간) 개최된 ‘국제가전박람회(IFA) 2014’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LG전자 ‘G워치R’ 등 신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LG전자 제공
기어S
G워치R
스마트워치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장이 크게 형성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5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국제가전박람회(IFA)는 스마트워치의 화려한 도약을 예고했다. 정보기술(IT) 시장에서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재로 자리매김했다. IT업계는 스마트워치 시장이 올해 700만대 규모에서 2017년 5500만대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스마트워치 시장을 처음 연 것은 소니 등 해외 업체였다. 현재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IFA 개막을 앞두고 여섯 번째 스마트워치인 ‘기어S’를 선보였다. LG전자는 전략 스마트워치 ‘LG G워치R’을 공개했다. 그런데 나란히 스마트워치를 내놓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워치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르다. 시각의 차이가 향후 두 회사의 전략과 매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을 끌고 있다.

올 2분기 기준으로 전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 점유율 70%를 넘긴 삼성전자는 스마트워치를 ‘시계’로 보지 않는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이영희 부사장은 “시계가 아니라 스마트 기기(디바이스)”라고 규정했다. 손목에 차는 시계 형태이기 때문에 스마트워치라고 부르지만, 시계와는 전혀 다른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워치에 통화 기능 등 점차 다양한 기능을 넣고 있는 것도 이런 인식에서 출발한다. IT시장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스마트워치가 시계보다는 스마트기기로 인식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LG전자는 ‘G워치R’에 대해 “스마트 기기라기보다는 ‘리얼 워치(진짜 시계)’를 표방했다”고 강조한다. 아직 글로벌 스마트기기 시장에서 뚜렷한 입지를 구축하지 못한 LG전자로서는 스마트기기 소비자를 무리하게 끌어오기보다 일반 시계를 차던 사람이 G워치R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게 점유율을 높이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두 회사의 미묘한 차이가 당장 시장 점유율 등에서 결과물을 보여주지는 않고 있다. 다만 여론조사에서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가 드러났다. IT 커뮤니티 세티즌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4일까지 삼성과 LG의 스마트워치를 놓고 온라인 선호도를 조사했다. 결과는 LG G워치R의 압승. 718명이 참여한 온라인 설문 결과 G워치R이 557표(78%)를 얻었다. 기어S를 선택한 소비자들은 기기의 기능과 삼성전자의 제조 경험에, G워치R을 선택한 소비자들은 디자인과 운영체제(OS) 호환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