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안에서 갈등이 일어났을 때 대개 두 가지 바람직하지 못한 입장이 나타난다. 첫째는 갈등 그 자체의 심각성보다 더 심각하게 갈등을 확대시키는 입장이다. 갈등의 원인을 객관적으로 살피는 대신 자신의 왜곡된 감정을 주관적으로 개입시켰기 때문에 일어난다. 둘째는 갈등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외면하는 입장이다. 원인을 규명하지 않고 서둘러 덮어버리는 것으로 갈등을 해결했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의 영향력 있는 사회운동가 파커 팔머는 ‘비통한 자를 위한 정치학(원제 Healing the Heart of Democracy)’이라는 책에서 긴장과 갈등을 창조적으로 끌어안아 새로운 에너지로 변화시키는 것이 참된 민주주의의 힘이라는 것을 역설했다. 그는 민주주의라는 체제에서 긴장과 갈등은 결코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건강한 민주주의의 시작이며 이를 창조적 에너지로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긴장과 갈등을 주관적으로 확대시키거나 아니면 그냥 덮어버리는 마음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가져온다. 그래서 파커 팔머가 민주주의에 있어서 마음의 문제가 매우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긴장과 갈등을 창조적으로 끌어안는 마음의 치유는 믿음을 기초로 한 공동체에서 우선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긴장을 창조적으로 끌어안아 새로운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갈등을 통해 더 성숙한 공동체로 변화되어 갈 수 있을까. 그것은 서로에 대해 자유롭게 반대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다름이 인정되지 않고 반대가 허용되지 않는 공동체는 성숙한 공동체가 될 수 없다.
공동체가 긴장과 갈등으로 쇠퇴할 때 나타나는 현상은 리더의 견해에 대하여 무조건적 찬성만을 요구하고 어떤 반대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을 적으로 취급해 관계를 단절시키는 것이다. 거절감으로 인한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거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의견에 대하여 과도한 분노를 품어 공격적인 자세를 가지기 쉽다. 또는 아예 관계 형성도 거부하고 공동체 속으로 들어가기를 반대한다.
대개 관계가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속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예라고 동의하는 경우가 많다. 관계가 끊어질까봐 두려워해서다. 사랑 안에서 용기 있게 진실을 말해주기보다는 사랑 안에서 진실을 감추는 두려움을 따르는 것이다.
겉으로는 ‘예’라고 하면서 속으로는 ‘아니요’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속으로 ‘아니요’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 겉으로도 ‘아니요’라고 용기 있게 표현하는 사람들이 더 공동체를 성숙하게 해줄 수 있다. 그리고 ‘아니요’라는 의견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는가가 공동체의 성숙을 가져올 수도 있고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다. 결국 마음의 문제다. ‘아니요’라고 말함으로써 공동체 안에 긴장과 갈등이 유발되지만 그 긴장을 창조적으로 끌어안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마음이 있다면 솔직하게 ‘아니요’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더 공동체를 사랑하는 것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관계가 더 가까워질수록 자유롭게 자신의 솔직한 의견을 표시하며 때로 반대해도 관계가 손상되지 않고 유지된다면 긴장을 창조적으로 끌어안는 공동체가 될 것이다. 잘못된 정치가 지배하는 공동체에서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의 의견은 ‘묻지마 찬성’이 이루어지고, 가깝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묻지마 반대’가 나타난다. 무너진 공동체의 전형이다.
반대할 자유가 존재한다고 해서 저절로 성숙한 공동체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하는 이 또한 자신의 의견에 대한 또 다른 반대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결국 긴장과 갈등은 겸손한 마음이 치유한다. 반대할 이유를 발견한 사람들이 빠지는 함정은 자신의 반대를 절대화하는 것이다. 무서운 교만이다. 그저 반대라는 도그마에 빠져버린 것이다. 자유롭게 반대 의사를 표현하더라도 자신의 의견에 대한 또 다른 반대에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겸손이다. 겸손이 기초가 되지 않는다면 어떤 제도를 만들어도 성숙한 공동체는 이루어질 수 없다.
오늘 한국 사회는 정치 교육 문화 종교 모든 분야에 있어서 파커 팔머가 제시한 ‘긴장을 창조적으로 끌어안는 마음’의 훈련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대립되는 이슈 이전에 그 이면에 있는 서로의 마음을 살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살펴야 한다. 민주사회에서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긴장과 갈등에 함몰되는 사회가 되지 않으려면 더욱 용기를 내어 반대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더욱 겸손해져야 한다.
이재훈(온누리교회 목사)
[이재훈 칼럼] 긴장을 창조적으로 끌어안기
입력 2014-09-06 0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