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서울 중랑구 태은교회 2층 예배실. 발달장애청소년과 그들의 어머니 약 20명이 이곳에서 무엇인가를 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커피 콩(생두)이었다. 최우성(51) 목사는 “벌레가 먹거나 썩은 커피 콩이 있으면 커피 맛이 변질되기 때문에 이를 골라내는 ‘핸드피킹(hand-picking)’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최 목사는 진지하게 생두를 골라내고 있는 한 아이에게 “아이고, 멀쩡한 생두를 담으면 어떡하냐”며 파안대소했다. 이들 청소년은 최 목사가 진행하는 ‘들무세 바리스타 교육’(들무세)과정 3기 학생들이다. 사회속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발달장애청소년들은 최 목사의 지도 아래 점차 희망을 쌓아가고 있다.
최 목사는 중랑구에서 알아주는 커피 전문가다. 그의 커피사랑은 지역 중랑구에는 재능기부를, 교회에서는 세상과의 소통을 안겨주고 있다.
하지만 최 목사의 커피사역 역사가 오래되지는 않았다. 평소 커피를 좋아한 그였지만 깊숙이 파고들기 시작한 때는 불과 3년 전부터였다. 최 목사의 사모가 어느 날 취미로 바리스타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다가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최 목사도 아내를 지켜보다가 합류했고 지금은 바리스타 자격증만 6개를 보유한 전문가가 됐다. 최 목사는 아예 커피를 목회에 적극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커피는 역사적으로 소통의 자리에 항상 있어 왔습니다. 술은 많이 마시면 싸움으로 끝나곤 하지만 커피는 마실수록 진지한 대화를 이끌었습니다. 교회와 지역의 교류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전도보다는 지역에 대한 섬김과 봉사에 이 달란트를 우선 쓰기로 했다. 2012년 10월쯤 나진구 중랑구청장이 우연히 태은교회에 들렀다가 최 목사의 커피를 마신 뒤 “아주 맛있다”면서 커피 대화가 시작됐다. 당시 나 구청장은 지역주민들을 위한 지원사업을 계획 중이었다. 자연스럽게 최 목사의 바리스타 재능이 구청 사업과 접목됐다. 구청에서 바리스타 취미반과 자격증반을 개설하면서 그의 인지도도 높아졌다.
올 3월쯤 중랑구내 장애인단체 어머니들이 구청과 동사무소 등을 통해 최 목사에게 “우리들에게 커피 제조법을 가르쳐 달라”고 요청했다. 최 목사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서로 들어주며 돕는다는 뜻에서 ‘들무세 바리스타 교육’ 과정을 교회에서 시작했다. 장애 정도에 따라 학생들에게 핸드피킹, 콩을 볶는 ‘커피 로스팅’, 맛 감별, 포장 서비스 등을 가르치고 있고 학부모에게는 바리스타 과정을 전수해주고 있다.
섬김은 자연스런 전도로 이어졌다. 최 목사의 사랑과 아낌없는 교육에 감명한 장애인 가족 20여명이 교회를 노크하면서 장애인 사역이 이뤄졌다.
상가내에서 교회 부지와 주차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었던 인근 삼호 아파트 주민들과도 커피를 매개로 화해가 이뤄졌다. 최 목사는 구청 바리스타 교육과정을 통해 받은 강사료를 모아 아파트 주민 아이들 4명에게 총 2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장학금 대상에 비기독교인도 포함됐다. 태은교회가 정례적으로 펼치는 전도현장에 지역민의 거부감은 사라졌다. 최 목사가 만들어낸 커피 향기 속에서 이웃들은 자연스럽게 예수 사랑을 알게 된 것이다.
최 목사는 “사도 바울이 천막을 짜면서 복음을 전한 것처럼 커피를 통해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배우고 전도를 하게 됐다”며 “하나님의 이끄심이 없었다면 이런 역사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감사드렸다. 최 목사는 선교지에서 커피 생두를 수입해 개인협동조합 형태의 장애인 바리스타 카페나 장애인단체 등에서 가공·판매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올 연말 안에 들무세가 주도하는 카페 개설을 눈앞에 두고 있다. 최 목사 커피사역의 꿈과 희망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장애청소년 바리스타 교육 등 커피로 세상과 소통
입력 2014-09-11 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