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보름달은 동네 뒷동산에서 떠오르든 도시 빌딩숲에서 태어나든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답다. 그래서 이해인 수녀는 ‘세상에 이렇듯/ 흠도 티도 없는 아름다움이 있음을/ 비로소 너를 보고 안다/ 달이여’라고 노래했다. 올들어 두 번째로 큰 한가위 보름달은 서울을 기준으로 오후 6시8분에 떠서 다음날 새벽 4시50분에 진다. 보름달이 아름다운 전국의 달맞이 명소로 여행을 떠나본다.
◇수도권=해발 264m 높이의 63빌딩과 남산의 N서울타워는 서울을 대표하는 달맞이 명소이다. 고층빌딩이 많은 서울에서 달구경은 쉽지 않지만 광진구의 아차산과 마포구의 하늘공원, 송파구의 석촌호수변은 주변이 탁 트여 보름달을 감상하기에 좋다. 한강변과 한강다리도 곳곳이 달맞이 명소.
경기도에는 달맞이 명소가 많은 편이다. 올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광주의 남한산성은 성곽 위로 고즈넉이 떠오르는 보름달과 한강을 따라 펼쳐지는 화려한 야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예로부터 많은 사람이 찾는다. 수원 화성행궁 뒤편 팔달산 정상에 우뚝 솟은 서장대도 화성의 성곽 위로 솟는 보름달을 감상하기에 좋다.
이밖에도 구리의 구리타워, 한강이 한눈에 보이는 고양의 행주산성, 북한강 줄기가 발아래 펼쳐지는 남양주 운길산의 수종사, 남한강변에 위치한 여주 신륵사의 강월헌이 경기도를 대표하는 달맞이 명소이다. 안산의 시화조력발전소 내에 조성된 T-Light 공원과 의정부의 도봉산 망월사, 북녘땅이 바라보이는 파주의 오두산전망대도 보름달이 어울리는 장소이다.
◇강원도=관동팔경 중 으뜸인 강릉 경포대는 달맞이 명소로 옛 풍류객들은 하늘에 뜬 달과 바다에 비친 달, 호수에 잠긴 달, 술잔에 빠진 달, 그리고 사랑하는 임의 눈동자에 걸린 달 등 다섯개의 달이 보인다고 했다. 속초의 청초호와 영랑호를 비롯해 드라마 ‘대조영’ 촬영지인 설악씨네라마도 달맞이 명소.
강원도의 바닷가는 바다에서 뜨는 보름달을 볼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태양처럼 요란하지는 않지만 수평선을 박차고 불쑥 떠오르는 보름달이 인상적이다. 아직 날이 밝은 오후 6시쯤에 솟기 때문에 주의해서 지켜봐야 보름달을 볼 수 있다.
◇충청도=충북 영동의 원천면에 위치한 월류봉(月留峯)은 고만고만한 크기의 여섯 봉우리가 병풍처럼 솟은 산으로 ‘달도 머물다 간다’는 달맞이 명소이다. 봉우리를 타고 오른 달이 능선을 따라 강물처럼 흐르듯 사라지는 월류봉은 원촌리 주차장 앞에서 볼 때 가장 운치 있다. 대청호 위로 떠오르는 보름달을 감상할 수 있는 청주의 문의문화재단지를 비롯해 청주 상당산성, 괴산 산막이옛길, 제천 청풍문화재단지, 충주 탄금대 등도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기에 좋다.
충남을 대표하는 달맞이 명소는 서산의 간월도이다. 간월도는 바다 한가운데에 떠있는 조그만 돌섬으로 낙조와 함께 월출이 아름다운 곳으로 이름났다. 부여 유적지인 공주의 공산산과 부여의 부소산을 비롯해 아산의 외암민속마을, 당진의 왜목마을, 그리고 대전 도심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식장산도 달맞이 명소이다.
◇전라도=전북 고창의 고창읍성(모양성)은 성문 위로 떠오르는 보름달이 인상적이다. 모양성 아래에 위치한 한옥마을에서 고창읍성 보름달을 맞으면 더욱 운치가 있다. 완만한 구릉으로 이루어진 고창청보리밭도 달맞이 명소로 요즘은 메밀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의 오목대와 부안의 월명암, 순창 강천산, 무주 덕유산, 진안 마이산도 달맞이 명소이다. 특히 마이산은 말의 귀처럼 생긴 두 봉우리 사이로 뜨는 보름달이 환상적이다.
전남 영암의 월출산(月出山)은 달이 뜨는 산으로 ‘달이 뜬다 달이 뜬다 둥근둥근 달이 뜬다’로 시작되는 국민가수 하춘화의 ‘영암아리랑’ 무대이다. 이밖에도 진도의 진도타워, 완도의 완도타워, 구례의 지리산 노고단, 광양의 섬진강변이 달맞이 명소로 유명하다. 목포 유달산은 능선을 따라 설치된 대학루, 달선각, 유선각, 관운각, 소요정에서 맞는 보름달이 목포 야경과 어우러져 동양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경상도=관동팔경 중 최남단에 위치한 경북 울진의 월송정(月松亭)은 신라 화랑들이 달밤에 송림 속에서 놀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곳으로 동해에서 솟은 보름달이 누각 사이로 모습을 드러낼 때 가장 운치 있다. 영덕의 블루로드와 문경의 문경새재는 달맞이 산행으로 유명한 곳이다. 신라의 고도 경주는 안압지를 비롯해 월성, 첨성대, 대릉원 등 유적 곳곳이 달맞이 명소이다. ‘달이 비치는 다리’라는 뜻의 안동 월영교(月映橋)는 조선시대 원이 엄마의 사부곡과 어우러져 서럽도록 아름답고, 농암종택은 긍구당과 어우러진 보름달이 운치있다.
부산의 달맞이고개는 부산 8경의 하나이자 해운대 12경 중의 하나. 특히 달맞이고개의 해월정에서 바라보는 월출은 대한8경의 하나로 손꼽힌다. 해월정을 지나 청사포 해변으로 내려가도 바다를 환하게 밝힌 보름달의 정취를 맛볼 수 있다. 황령산은 야경이 아름다운 광안대교 위로 솟는 보름달이 환상적이다. 울산의 간절곶과 창녕 화왕산, 산청 동의보감촌, 합천 오도산, 진주 진주성, 하동 금오산, 거제 거가대교도 보름달이 아름다운 장소이다.
글·사진=박강섭 관광전문기자 gspark@kmib.co.kr
[추석 특집] ‘휘영청’ 떠오르는 보름달 어디서 보면 제일 좋을까?
입력 2014-09-05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