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명·시흥의 보금자리 주택 사업이 전면 백지화됐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서민 주택지구를 만들겠다고 한 지 4년 만이다. 정부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 향후 10년간 이 지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묶기로 했다. 공공주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3∼4월쯤 지구 해제가 확정된다.
국토교통부는 4일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광명·시흥 공공주택지구 해제 및 관리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광명·시흥 공공주택지구는 2010년 이명박정부의 대표적 서민 주거정책인 보금자리 주택지구로 선정됐다. 분당 신도시(19.6㎢)와 맞먹는 규모(17.4㎢)로 당시 사업비만 23조9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지정만 해놓고 4년을 흐지부지 끌어오다 결국 사업 철회를 선언했다. 주택시장이 침체돼 사업성이 떨어지고,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막대한 돈을 쏟아부을 여력이 없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이전 정부가 약속한 사항을 뒤집는 결정이어서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정부는 이미 그린벨트가 풀린 마당에 난개발을 우려해 주거지역 24곳을 제외한 지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키로 했다. 특별관리지역은 그린벨트와 비슷한 정도로 규제하지만 기간을 10년으로 제한하고, 그 안에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이 개발계획을 수립하면 즉시 해제된다. 기존 건축물의 증개축, 용도변경, 토지 합병·분할 등도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광명·시흥지구 사업이 계속 늦춰지면서 주민 불만이 커지자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두 가지를 대안으로 내놨다. 2018년 이후로 사업 시기를 늦추거나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주택지구 1.65㎢)하면서 나머지 지역은 시가화조정구역으로 지정하거나 그린벨트로 환원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를 거부하고 ‘즉각적인 사업 착수 또는 사업 전면 취소’를 요구했다. 또 그린벨트 환원은 절대 안 되고 특별관리지역에 자연녹지지역을 지정하거나 콩나물재배사, 축사 등 농식물 관련 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난개발과 투기가 예상되고 다른 지역과 형평성도 맞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
정부는 주거지역을 공공주택지구에서 우선 해제할 방침이다. 주거지역은 공공주택지구 선정 당시 그린벨트로 묶이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법 개정 없이도 해제가 가능하다. 철거 대상으로 지정돼 있던 주민들은 주택 증개축도 못한 채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정부는 이 지역보다 배 정도 넓은 부지에 정비사업을 벌여 주거환경을 개선키로 했다. 이미 지난 5월 정비사업을 위한 계획 수립에 나섰고 환경부와 환경평가 등에 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주거지역 주변으로 소규모 산업단지도 조성된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중소 규모의 공장 등을 이전하는 등 장기적인 도시계획 차원이다. 정부는 지자체가 이 지역에 물류·유통단지를 유치할 수 있도록 돕고 중소기업형 일반산업단지나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를 조성하는 방안도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공공주택지구로 묶이면서 중단됐던 도로, 하천, 철도 등 사회기반시설(SOC) 공사도 재개하기로 했다. 시흥 관내 지방도로인 금오로, 안산∼가학 고속도로, 과림 하수종말처리장 등의 공사를 다시 추진하기 위해 4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공공주택지구 지정으로 인해 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겪었던 불편과 재산 피해가 상당히 해소될 것”이라며 “올 정기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안이 신속히 처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4년 시간만 끌던 광명·시흥 보금자리… 결국 백지화
입력 2014-09-05 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