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국회’ 후폭풍] “모두 한통속” 따가운 시선에 운신의 폭 좁아져

입력 2014-09-05 04:09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좌석에 앉으려 하고 있다. 이완구 원내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김 대표 옆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앞줄 오른쪽)가 4일 같은 당 문재인 상임고문과 함께 침수로 가동이 중단된 고리원전 2호기 복구 작업 현장을 둘러보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방탄 국회' 논란으로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의 협상 교착 상태도 더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야가 '제 식구 감싸기'엔 한마음이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기가 부담스럽고, 국민 신뢰를 받기도 힘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당 혁신 과제로 내세웠던 김무성 대표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취임 직후 밝혔던 혁신 구상이 빛을 바랬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송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됨으로써 국민적 비난이 비등하고 있는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고 그 비난을 달게 받겠다"고 사과했다. 이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사를 받는 국회의원이 회기 중에 영장실질심사에 자진 출석해 받으려고 해도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면서 "불체포 특권 포기를 위해선 개헌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추석 연휴 기간 혁신위원회 구성을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평소 공언해 왔던 혁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에 직면해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방탄 국회 논란은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야가 합심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마당에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위해 만난다고 하면 국민들이 뭐라 생각하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협상에서 어떤 결과물이 나오든 국민들은 '짜고 쳤다'고 할 수 있다"며 "안그래도 국회가 꽉 막혀 있는데 여야가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닫혀버리게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물론 정치권 일각에선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에 부담을 느껴 서둘러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법과 원칙을,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야와 유가족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 구성을, 유가족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 부여를 제각각 주장하고 있어 의견을 한군데로 모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세월호 협상과 관련해 당내 '양보론'에도 불구하고 원칙 지키기로 일관했던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국회 공전을 방치하면서 원칙에만 매달리기보다는 한 발짝 물러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여당이 궁지에 몰린 틈을 타 세월호 협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겠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한정애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국민에게 최악의 추석 선물을 안긴 새누리당이 이를 만회하는 길은 추석 전 유가족·야당과 함께 세월호 특별법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유은혜 원내대변인도 "새누리당은 본회의장을 방탄 국회의 장으로 만든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에게 공식 사죄해야 한다"면서 "(사죄의 진정성을)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전향적 태도 변화로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