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철마다 부하 직원들에게 향응과 뇌물을 받아온 한국전력 고위 간부가 적발됐다. 이 간부는 3년 전 한전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도 뒷돈을 받고 특정인을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신입사원 채용 및 승진 관련 청탁을 들어주고 2000만원 상당의 돈과 접대를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전 한전 관리본부장 현모(55)씨를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금품을 건넨 한전 직원과 협력업체 관계자 등 10명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현씨는 2011년 1월 한전 신입사원 공채 당시 한 직원에게 2500만원을 받고 직원의 조카를 합격시켰다. 한전의 공채 경쟁률은 매년 적게는 50대 1에서 많게는 130대 1에 달한다.
경찰은 현씨가 인사실과 비서실을 거쳐 1급으로 승진하는 등 인사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씨에게 인사 청탁한 직원 대부분이 원하는 결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씨는 2012년 12월 박모(56) 지사장에게 승진 및 보직 변경 대가로 900만원을 받는 등 2009년 12월부터 올 2월까지 직원 6명에게 9차례 총 23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2009년 12월∼2011년 4월에는 한전과 거래하는 협력업체들로부터 업무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600만원을 받기도 했다.
현씨는 범행 사실이 들통 날 것을 우려해 누나 명의 통장으로 송금받거나 현금으로 받아 챙겼다. 그러다 지난 2월 서울 삼성동 한 룸살롱에서 최근 지역 이사장으로 승진한 직원 이모씨로부터 310만원 상당의 접대를 받고 나오다 국무조정실 공직복무점검단의 암행 감찰에 덜미를 잡혔다. 적발 당시에도 현씨는 한전 인사처 관계자와 함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무조정실로부터 이를 통보받은 산업통상자원부는 경찰에 수사 의뢰했으며, 현씨는 지난 6월 해임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부하 직원에게 돈을 빌렸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직원 조카 공채 합격시키고 2500만원, 승진 경우 900만원… 한전 간부의 ‘인사 甲질’
입력 2014-09-05 0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