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친박근혜)계 좌장으로 불리는 새누리당 서청원(사진) 최고위원이 한 달 만에 최고위원회의에 모습을 드러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문제에 이어 ‘방탄 국회’ 비판여론에 부딪히며 꼬일 대로 꼬인 정국에서 ‘맏형’ 면모를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서 최고위원은 정국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기보다 김무성 대표 체제 순항에 조력하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 최고위원은 7·14전당대회와 7·30재보선을 연달아 치른 뒤 성대결절 수술을 받고 강원도 등지에서 요양을 해왔다. 1일과 3일 열린 본회의에는 참석했지만 지난달 4일 최고위원회의를 끝으로 당내 공식 회의에는 계속 불참해 왔다.
이를 놓고 당 안팎에선 전당대회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김 대표에게 패배하자, 그 앙금을 씻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서 최고위원 측은 “실제로 목소리를 낼 수가 없어 필담으로 의사소통을 할 정도였다”며 “진짜 건강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전혀 없었다”고 부인해 왔다.
서 최고위원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국 현안에 어떤 목소리를 낼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어떻게 안 할 수 있어요”라고 답했다. 이어 “다들 잘하고 있는데 할 이야기가 있으면 하고, 없으면 침묵하고 그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목은 괜찮느냐”는 질문에는 “큰 소리는 못하고, 앞으로는 연설도 못 한다”고 했다.
서 최고위원은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최근 검찰의 국회의원 수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한다.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이 3일 부결된 데 대해 “국회가 세월호 문제로 시끄럽고 할 일도 많은데 이런 때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도록 해야 하느냐”며 “송 의원도 검찰 수사에 착실하게 응하겠다는데…”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당직자는 “송 의원이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하는데, 검찰도 정기국회 회기를 피해 영장실질심사 일정을 잡는 ‘운용의 묘’를 발휘하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서 최고위원은 건강을 완전히 회복한 뒤 친박 좌장으로서 당·청 관계 등에서 본격적인 역할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친박 핵심 이정현 최고위원과 어떤 역할을 해 나갈지도 관심사다. 서 최고위원 측근은 “불편하지 않게 당을 잘 이끌어갈 수 있도록 김 대표를 돕는 방향으로 스탠스를 잡은 것 같다”며 “당분간은 회의에 매번 나오기보다는 큰 현안이 있을 때만 참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한달 만에 돌아온 ‘맏형’ 서청원… “할 얘기 있으면 하겠다”
입력 2014-09-05 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