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교육부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학부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자사고 명단을 공개했다. 해당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절차를 강행하겠다는 의미다. 시교육청과 교육부의 갈등은 물론 학교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자사고 구성원들은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일반고 전환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시교육청은 4일 자사고 종합평가에서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 등 8개교가 기준 점수(100점 만점에 70점)에 미달했다고 밝혔다(표 참조). 시교육청은 청문 절차와 교육부 협의 등을 거쳐 재지정 취소 여부를 오는 10월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8개교는 자사고 지정이 취소되더라도 2015학년도 입학 전형은 당초 계획대로 시행하고 2016학년도부터 일반고 전형으로 전환된다. 자사고 입학 전형은 1.5배를 추첨해 면접으로 선발하는 방식이다. 기존 자사고 재학생은 졸업 때까지 입학 당시의 교육과정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 시교육청은 청문 절차가 완료되기 전에 일반고로 자진해서 전환하는 자사고에 대해서는 재정 지원 등을 할 방침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호소문을 발표하고 "(재지정 평가 결과에) 서명을 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누구나 모교를 사랑한다. 8개 학교 중에는 제 모교(중앙고)도 들어 있다"면서도 "평가지표를 통해 결과가 나온 것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강행 의지를 피력했다. 이어 "자사고 정책은 수직적 다양화로 귀결된다. 수평적 다양화로 나아가야 한다. 자사고는 중상위계층만 진학할 수 있는 시대착오적 제도"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이 자사고 취소와 관련한 협의 요청이 오면 '반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는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명단 공개를 간곡하게 만류했는데 무시했다"며 "예고한 대로 (협의 요청을) 반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발표 강행으로 8개교는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됐다. 매우 부당한 처사이며 교육청이 학교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비판했다.
서울 자사고 교장연합회는 신입생 모집을 방해하려는 교육청의 '악의적 책동'이라고 규정했다. 연합회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이번 발표로 야기된 학교 명예 훼손과 관련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25개 교장단과 학부모가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자사고 탈락 8곳 공개… 학교현장 혼란 후폭풍 예고
입력 2014-09-05 0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