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사고 8곳 탈락 발표… 曺 교육감 “서열화 깨야” - 학교·학부모 “소송 불사”

입력 2014-09-05 04:59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평가에서 탈락한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8개교 명단을 공개하는 강수를 둔 배경은 '공약 1호'인 일반고 정상화 대책과 무관하지 않다. 전국 자사고의 절반인 25개교가 서울에 있고 '특목고-자사고-일반고' 순으로 서열화된 구조 속에선 일반고 대책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조 교육감이 4일 기자회견에서 "자사고 학업성취도가 높은 건 우수 학생을 뽑았기 때문"이며 "모든 고교가 똑같은 출발선상에서 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러한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와 자사고 구성원들의 반대를 뚫고 뜻을 이룰지는 불투명하다.

◇강경한 교육부=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의 '종합평가'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조 교육감은 문용린 전 교육감 시절인 올 6월 이뤄진 평가가 미흡하다고 보고 평가지표를 바꿔 종합평가라는 이름으로 다시 평가했다. 교육부는 이를 교육감의 재량권 남용으로 본다. 평가 도중에 지표를 바꾸는 게 불합리하다는 논리다.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이 자사고 재지정 취소와 관련된 협의 요청이 오면 '부동의'가 아닌 '반려'하겠다고 예고했다.

교육청이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면 교육부와 협의해야 하는데, 평가 절차의 정당성이 없어 협의조차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만약 시교육청이 교육부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사고 지정취소를 강행하면 시정명령을 내리고, 기한 내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지정취소 취소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또한 교육감이 특목고나 자사고를 지정하거나 취소할 때 반드시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도록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격앙된 자사고=명단에 포함된 8개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오는 11월부터 진행되는 신입생 입학 전형이 걱정이다. 김용복 배재고 교장은 "학교 홍보가 불가능해졌다. 대량 미달 사태가 벌어지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면서 "우리는 130년 된 학교다. 일제강점기 때도 이런 횡포는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지역 자사고 25개교는 공동 대응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연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조희연 퇴진'을 외치고 있으며, 법적 대응도 공동으로 할 계획이다. 이는 내년에도 평가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자사고 25개교 중 올해 14개교, 내년에 11개교가 평가 대상이다. 자사고에 부정적인 조 교육감에 대한 불만과 내년 대량 재지정 취소 사태에 대한 위기감이 깔려 있다.

이번에 탈락한 자사고의 한 학부모는 "자사고에서 자리를 잡고 공부하고 있는데 교육감이 흔들어 놨다. 주변 학부모들은 일반고로 전환되면 유학이라도 보내겠다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