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 전문매체 ‘더 버지’는 “삼성전자가 마침내 디자인과 소재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언팩 에피소드2’에서 공개된 갤럭시 노트4를 두고 내린 평가다. 더 버지는 “삼성이 디자인에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한 것 같다”면서 “이 길이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리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걸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에서 사양 경쟁이 무의미해 졌고,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차별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점에서 디자인과 소재를 새로운 경쟁력으로 삼는 건 예견된 수순이다. 언팩 행사에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4의 4가지 핵심 경쟁력으로 디자인, 대화면, S펜, 카메라를 꼽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소개한 건 디자인이었다.
삼성전자는 7월 공개된 갤럭시 알파에 이어 노트4에도 메탈프레임을 적용했다. 당분간 프리미엄 라인업에선 메탈프레임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메탈프레임은 아이폰이나 팬택 베가 아이언 등에 이미 사용된 적이 있어 새롭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그동안 플라스틱으로 일관해오던 고집을 꺾고 소비자가 원하는 소재를 채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또 하나 눈길을 끈 것은 해외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이다. 독일 명품 필기구 브랜드 몽블랑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옌스 헤닝 코크는 언팩 행사에 깜짝 출연해 노트4용 스타일러스 ‘픽스(PIX)’와 ‘e스타워커(e-Starwalker)’를 공개했다. S펜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는 노트에 명품을 덧입히는 협업이다. 기어VR을 소개할 때는 오큘러스 최고기술책임자(CTO) 존 카맥이 무대에 올랐다. 오큘러스는 페이스북이 올해 3월 20억 달러에 인수한 가상현실 기기 제조업체다. 삼성이 가상현실 체험용 기기를 만든다는 건 알려졌지만 오큘러스와 협업한다는 건 언팩 행사에서 밝혀졌다.
삼성전자는 주얼리 업체 스와로브스키와 함께 만든 노트4 케이스와 기어S 스트랩을 선보였고, 나이키와 협력해 기어S에서 독립적으로 운동량 관리를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변신’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세계 최초로 에지 스크린을 탑재한 ‘캘럭시 노트 엣지’에 대해서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진정한 혁신(Genuine Innovation)’이라고 치켜세웠다. 반면 로이터 통신은 “갤럭시 노트4는 사용자들을 흥분시킬 만한 게 별로 없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모습니다. 전반적으로 갤럭시S5 때보다는 호의적인 분위기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한 거 아니냐’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기대하는 혁신과 시장이 요구하는 부분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면서 “삼성전자의 신제품이 얼마나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는 시장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기획] ‘갤럭시 노트4’ 공개로 본 삼성의 변화… 사양경쟁 끝 “이젠 디자인이다”
입력 2014-09-05 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