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가전박람회(IFA)와 같은 대규모 국제 행사에서는 업체들 간 신경전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글로벌 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국내 업체들이 현지에서 지나친 경쟁으로 이미지를 흐리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IFA 개막 이틀 전인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새턴 유로파센터 가전제품 매장에서 LG전자 간부 A씨가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크리스털블루 세탁기 도어의 연결부를 고의로 망가뜨렸다는 의심을 사 현지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매장 측은 "A씨가 삼성 세탁기의 문을 열어둔 채 상부를 힘껏 눌러 잘 닫히지 않게 파손했다"면서 세탁기 4대 가격에 해당하는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했다.
LG전자 관계자는 4일 "해당 임원이 연구 부문에 있다 보니 매장을 찾아 타사 제품 사용성 등을 시험해 보던 중 삼성전자 제품의 문이 잘 닫히지 않아 살펴보다가 오해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문제가 커지는 것을 원치 않은 LG전자가 매장이 요구한 금액을 모두 변상키로 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런데 제품 파손의 고의성에 대해 적극 부인하던 LG전자가 경쟁사 제품의 품질을 의심하는 발언을 하면서 업체 간 기류는 묘하게 흐르고 있다. LG전자는 입장 자료를 통해 "연구원들이 해외 출장을 나갔을 때 현지 매장을 방문해 자사는 물론 경쟁사 제품의 사용 환경을 알아보는 것은 일반적인 활동"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특정업체(삼성전자) 제품만 유독 손상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베를린 시내 다른 매장인 새턴 슈테글리츠에서도 CCTV를 통해 이들이 매장에 출입한 것을 확인했고 망가진 제품이 발견됐다"면서 "중요한 국제 행사를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져 당황스러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비즈카페] 베를린 IFA 참석 LG전자 간부 경쟁사 전시품 고의 파손 논란
입력 2014-09-05 0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