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逆주행 가속화하는 아베, 그리고 일본

입력 2014-09-05 03:40
우경화를 향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폭주가 멈추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3일 재집권 후 처음으로 개각을 단행하면서 대표적 우익 단체 ‘일본회의’ 회원을 대거 내각에 포진시켰다. 아베 총리를 포함해 각료 19명 가운데 15명이 이 단체 소속이다. 개각 전 일본회의 소속 각료가 13명일 때도 국제사회 규범과 상식에 어긋나는 극우 노선을 걸었던 점을 감안하면 2기 아베 내각이 어떤 노선을 취할지는 자명하다.

일본회의는 보수적 종교단체와 보수 성향 문화인, 옛 일본군 관계자들이 각각 만든 ‘일본을 지키는 모임’과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가 통합한 단체로, 회원 수가 3만5000명에 이르며 47개 모든 광역자치단체에 본부를 두고 있는 전국 조직이다. 아베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가 일본회의 산하조직 ‘국회의원 간담회’ 특별고문을 맡고 있고, 중·참의원 의원 722명 중 289명이 여기에 소속되어 있다.

2기 아베 내각 구성원의 약 80%가 일본회의 소속이라는 사실이 우려스러운 것은 이 조직이 추구하는 극우주의 성향 때문이다. 자랑스러운 나라 만들기, 왕실 존숭(尊崇), 개헌, 애국심, 방위력 강화 등 이들의 지향점은 구 일본 제국주의에 닿아 있다. 제국주의 추종자들인 셈이다. 전쟁범죄를 부정하고 A급 전범의 위폐가 봉안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정당화하는 일본 극우세력의 총본산이 2기 아베 내각이다.

보수 색채가 강화된 아베 내각의 출범으로 한·일 관계 개선을 기대하기가 더 어렵게 됐다. 개각과 함께 단행된 자민당 인사에서 정조회장에 임명된 이나다 도모미가 취임 일성으로 한 말이 고노 담화 수정이다.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행정개혁상에서 당 정조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나다는 2011년 한국의 독도 지배 강화 실태를 살펴보겠다며 한국 입국을 시도했다 입국이 거부된 장본인이다. 일본의 부끄러운 역사를 부정하는 그의 망언과 망동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아베가 이런 자를 내치기는커녕 집권 여당의 정책을 책임진 정조회장으로 영전시킨 것은 한·일 관계에 크게 신경 쓰지 않겠다는 포고(布告)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의 개각의 목적이 장기집권에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9월로 예정된 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해 2018년까지 총리 임기를 채우기 위해 친정체제를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아베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국제사회에서 외교에 실패해 장기집권에 성공한 지도자는 드물다. 미·일 관계만 좋으면 한·일, 중·일 관계는 상관없다는 아베의 독불장군식 행보에 일본 국민이 계속해서 지지를 보낼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한·일 단독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고 있는 비정상의 책임은 전적으로 아베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