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B금융 중징계 이후 경영내분 수습 서둘러야

입력 2014-09-05 03:30
그동안 심각하게 내홍을 겪던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중징계가 내려졌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4일 제재심의위원회의 경징계 결과를 뒤엎고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결정했다. 상호 비방과 형사고발을 일삼으며 KB금융을 만신창이로 만든 당사자들에 대한 사필귀정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직이야 망가지든 말든 정치권 등에 줄을 대며 연명하려 했던 이들의 행위를 감안하면 만시지탄의 느낌마저 있다.

사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이미 KB금융 수장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 국내 최고의 리딩뱅크였던 KB금융은 이들이 부임한 이후 고객 정보유출, 도쿄지점 부실대출,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갈등 등 유례없는 난맥상을 드러냈다. 오죽하면 ‘희대의 금융 스캔들’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 사기가 크게 떨어진 직원들은 줄서기에만 급급했고 영업력은 크게 위축됐다. 요즘 금융권 전체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 구조조정에 휩싸여 전쟁을 방불케 하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과는 딴판이었다.

KB금융이 이 지경에까지 이른 1차적 원인은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배경은 정부의 낙하산 인사 때문이다. 이사회와 회장추천위원회는 유명무실했고 정권의 입맛에 따라 경영진이 선임됐다. KB금융의 회장과 은행장 등 6명이나 정권 차원의 ‘손보기 식’ 징계에 의해 물러났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정부 입맛에 따라 경영진을 교체하다 보니 조직이 제대로 운용될 리 있겠는가. 이번 기회에 낙하산 인사의 고리를 끊고 제대로 된 금융 전문가가 선임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겠다. 최 원장에게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KB금융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기 전에 과감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좌고우면한 모습은 금융 당국 수장으로서 취해야 될 자세가 아니다.

남은 과제는 후유증을 얼마나 줄이느냐다. KB금융지주 이사회 등은 조속히 고객과 시장이 납득할 만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임직원들도 구태에서 벗어나 금융기관의 생명인 신뢰를 회복하는 데 힘을 모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