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교회 오래된 십자가 ‘LED’로 교체 봉사

입력 2014-09-15 03:52
미라클 메이커가 지난달 15일 교체해 준 전남 진도 ‘사랑의 교회’ 십자가가 한밤중에 LED조명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다. 미라클 메이커 제공

오래된 십자가를 LED로 교체해 주는 봉사단체가 있다.

지난해 결성된 ‘미라클 메이커’(회장 김정민·40·디자인CDR대표)는 광주지역 광고업계에서 일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행복 공동체’다.

광주동명교회에 출석하는 김정민 집사와 회원들은 매달 특정계좌로 1만∼2만원의 쌈짓돈을 모은다. 이들은 100만원 정도 모금이 되면 전남지역 섬 교회를 찾아가 낡은 십자가를 환한 LED조명을 갖춘 신형으로 바꿔 설치해 주고 있다.

이들의 손을 거치면 세파에 찌들고 먼지가 잔뜩 끼었던 시골교회 십자가가 밤하늘을 수놓는 붉은 노을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도시 교회의 웅장한 네온 십자가보다 비록 크기는 작지만 불빛은 선명하게 빛난다. 대부분 광고업 종사자들인 탓에 저렴한 ‘원가’ 수준에 새 십자가를 너끈히 세울 수 있다.

김 집사 등 10명의 회원들이 봉사에 나선 것은 2012년 태풍 볼라벤이 몰아닥친 전남 진도 한 섬지역 교회를 우연히 돌아본 게 계기가 됐다. 지인의 소개로 쑥대밭이 된 교회를 찾았던 이들은 태풍이 휩쓸고 간 뒤 완파된 교회 옥상의 초라한 십자가를 마주했다.

예수님의 복음을 전파하던 십자가가 쓰러진 광경을 마주한 이들은 ‘전공’을 살려 새 십자가를 세우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이에 따라 1년여 동안 ‘커피 값’을 아낀 이들은 지난해 6월 진도 내병도교회 십자가를 처음 교체했다. 지난달 15일에도 진도 ‘사랑의 교회’에서 낡은 십자가를 떼어내고 새 십자가를 내걸었다. 7∼8m 높이의 새 십자가는 마을 어느 곳에서든 볼 수 있다.

이들의 봉사는 재정이 열악해 십자가 교체에 엄두를 내지 못해온 섬 교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한달에 1만∼2만원씩 용돈을 모아 좋은 일을 해보자고 뜻을 모았던 게 출발입니다. 처음에는 ‘100만원 선교회’라고 단체이름을 지을까 했어요. 회원들이 광고업에 몸담다 보니 십자가를 바꿔주게 됐네요.”

이 단체를 이끄는 3인방은 광고디자인 업계에서 일하는 김 집사와 박주성(40·밀알기획 대표·중부교회), 장동현(52·새순교회) 집사다. 김 집사와 박 집사는 친구 사이로 광고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이들은 유사한 봉사활동이 전국 각 지역에서 불같이 확산되기를 기도하고 있다.

김 집사는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마을 곳곳을 환하게 비추는 십자가를 보면 정말 뿌듯하다”며 “십자가를 세우는 사역에 동참할 분들을 기다린다”고 말했다(011-9473-0337).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