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입만 열면 거짓말하는 軍 국민신뢰 얻겠나

입력 2014-09-05 03:50
입만 열면 거짓말하는 군의 고질은 언제나 고쳐질까. 과연 그렇게 될 수는 있을까. 국민은 이미 ‘군은 거짓말이 체질화된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국방부는 신현돈 전 1군사령관 사건을 놓고도 이러한 인식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은 지난 6월 사건을 보고받은 바 없다고 한 지 하루 만에 이를 뒤집으면서도 태연한 표정이다. 국민이 군을 신뢰하지 못하면 국가안보에 엄청난 위험이 초래된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참으로 심각하다.

대한민국 군대가 국민을 바보 취급하면서 거짓말한 사례는 이루 꼽기 힘들 정도다. 상황은 좀 다르지만 6·25전쟁 때 한강철교를 폭파한 것은 군(국가)이 국민을 속인 경우의 ‘원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군 통수권자인 이승만 대통령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수도서울 사수’를 외치면서도 북한 인민군 공세 앞에서 서둘러 한강철교를 폭파하도록 해 버렸다. 다리 위에 가득 찼던 피난민은 영문도 모른 채 한강에 수장(水葬)돼야 했다.

더욱이 가깝게는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사망을 놓고 총체적인 기만이 드러났고, 지난해 7월 공군에서 자살한 고 김지훈 일병 사건의 경우에도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술책을 부렸던 사실이 확인됐다. 군 당국은 윤 일병이 선임들의 상상할 수 없는 가혹행위에 숨을 거뒀는데도 넉 달 가까이 이를 숨겼다. 민간 인권단체의 폭로로 마침내 전모가 폭로되기에 이르렀지만. 김 일병의 경우는 또 어떤가. 그의 아버지는 지휘계통에 있는 관련 부대가 예외 없이 진실 은폐에 혈안이 돼 있는 걸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이처럼 ‘군이 뭐라고 해도 이젠 못 믿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한데도 국방부는 이번에 또 금방 드러날 거짓말을 내뱉었다. 당초 신 전 사령관 사건을 국방부 장관은 몰랐던 것으로 하고 당사자를 엄중 경고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려고 했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 전 사령관 전역 조치를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이실직고를 했을까.

왜 이럴까. 군은 그동안 군사기밀보호법이라는 편리한 보호막 뒤에서 진실을 조작해도 별 문제 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여기에는 일반 사회와 격리된 군의 특성도 한몫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정보의 유통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광범위해졌다. 군이 여전히 국민을 속여도 통할 거라고 생각하면 시대착오적이다.

군의 신뢰지수를 높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대로는 ‘양치기 소년’ 꼴이 난 군을 믿을 국민이 별로 없다. 군의 체질화된 거짓말 풍조를 바로잡지 않고는 전쟁에서 이기는 군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일을 계기로 허위 보고하는 지휘관은 엄중 문책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보고가 생명인 군대에서 조작과 허위 보고가 횡행한다면 그 조직은 제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야말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