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권명수] 임마누엘 하나님의 현존 연습

입력 2014-09-05 03:38

모든 활동이나 운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체력이 필수적이다. 2002년 한국 축구를 월드컵 4강까지 올려놓았던 히딩크 감독의 흔들리지 않는 지론이 있다. 축구는 전후반 90분을 뛸 수 있는 체력이 먼저이고 기술은 그 다음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이 원칙으로 선수들을 선발하고 조련해 한국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뤘다.

이처럼 그리스도교 신자들도 신자로서의 자질을 키우고 하나님 나라의 역군이 되려면 기초 체력이 있어야 한다. 궂은일이나 기쁜 일을 통해 겪게 되는 마음의 파도를 잘 타고 넘으며 견디려면 기초 체력이 필요하다.

지난 글(8월 22일자 32면·‘시온의 소리’)을 통해 한국 개신교의 진정한 개혁의 근본 토대가 되는 자세를 제안했다. 울타리 없는 수도원 수련생의 자세로서의 삶을 강조한 내용이다. 이러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주님의 현존을 의식하려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그래야 순간순간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의식하며 감사의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예수님을 닮아가는 성화의 과정은 모든 신자에게 중요하다. 이 과정은 주님의 은총 가운데 있는 것이지만 철없는 어린아이 모습에서 성숙한 품성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이다.

주님의 현존 연습의 과정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장거리 경주요, 평생 작업이다. 평생 동안 하나님의 현존을 의식하는 연습 경주가 되어야 한다. 이 경주를 완주하려면 비유적으로 표현해 ‘마음 근육’의 강건함이 있어야 한다. 마음의 근육에서 나오는 기초 체력은 장거리 경주는 말할 것 없고 단거리 경주에서도 필수적이다.

마음 근육의 단련은 우리 마음이 지금 이 자리에 머물러 여기서 일어나는 모든 움직임을 의식하려는 연습이다. 마음의 근육이 강건하지 못하면 일이 잘 풀리고 기쁠 때는 그런대로 순항하지만, 궂은일이나 곤고하고 상처가 되는 상황에서 하나님의 현존을 의식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생에서 겪는 아픔이나 고통을 야기하는 것은 회피하거나 억압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해서 누적되면 정상에서 벗어난 강한 반발적 반응을 하거나 격한 감정으로 표출돼 자신과 남에게까지 아픔과 상처를 준다.

그러나 마음 근육이 강해지면 어떤 상황에서든 다부진 마음 자세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마음이 힘들 때나 고통이 수반되는 기억과 감정을 인식하고 견디며 이를 정면으로 응시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의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자신감이 거친 파도를 타고 넘을 때 매우 중요하다. 마음의 근육이 강건해야 아프거나 쓰라린 외부 자극이나 내면의 움직임을 회피하거나 억압해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있는 그대로 마음에 포착하고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하나님의 현존이 인식될지 모르기에 항상 ‘기도를 계속하고 기도에 감사함으로 깨어 있어야 한다’(골 4:2). 삶에서 겪는 어려움들은 이런 현실 인식을 바르게만 해도 해소될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늘 깨어서 주어진 현실과 맡겨진 일에 충실하며 나머지는 주의 인도하심에 맡겨야 한다.

권명수 교수(한신대 목회상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