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달과 함께 가전박람회도 진화하고 있다. 세계 가전업체들이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TV 등의 신제품을 가져와 자랑하던 곳이 가전박람회였다. 그러나 산업 간 융합이 활발해지고 제품 카테고리 간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행사의 풍경도 사뭇 달라졌다. 5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하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는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웨어러블과 스마트폰 등 스마트 기기, 생활환경을 변화시키는 통신과 가전의 융합, 휘는 디스플레이와 고해상도 TV 등 다양한 기술 혁신의 현장을 확인할 수 있다.
웨어러블, 스마트폰 등 스마트 기기 신제품 공개의 장(場)
가전박람회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올 IFA에서는 모바일·웨어러블 분야의 신제품이 많이 공개됐다. 스마트 기기가 냉장고나 세탁기 못지않게 일상생활의 필수 요소가 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개막에 앞서 ‘삼성 언팩’ 행사를 열고 새로운 패블릿(phablet) 제품 ‘갤럭시 노트4’와 함께 곡면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기기 측면까지 화면이 이어지는 ‘갤럭시 노트 엣지’를 공개했다. LG전자도 ‘L벨로’ ‘L피노’ 등 보급형 L시리즈로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 일본 소니는 올 초 출시한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Z2’의 후속작 ‘엑스페리아 Z3’와 ‘엑스페리아 Z3 콤팩트’ ‘엑스페리아 Z3 태블릿 콤팩트’ ‘엑스페리아 E3’를 선보였다.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의 경우 예전보다 디자인에 더 신경 써 기존의 투박함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타이젠 운영체제(OS)를 장착한 곡면 슈퍼 아몰레드(AMOLED) 화면의 ‘기어S’, 목걸이형 웨어러블 ‘삼성 기어 서클’, 가상현실 헤드셋 ‘삼성 기어 VR’을 선보였다. LG전자는 원형 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스마트워치 ‘G워치R’을 시장에 알린다. 소니도 엑스페리아Z3와 연동되는 ‘스마트워치 3’와 ‘스마트밴드 톡(SmartBand Talk)’ 등 웨어러블 기기를 공개했다. 모토로라는 원형 스마트워치 ‘모토360’을 들고 왔다.
스마트홈, 미래 가전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잡다
근거리무선통신(NFC), 와이파이(Wi-Fi) 기술을 가전에 적용시킨 ‘스마트홈’ 시스템. 이 진화된 형태의 가전은 앞으로 우리 생활환경이 어떻게 변화될지 보여준다. IFA에서는 국내외 다양한 업체들이 선보이는 ‘미래의 집’을 볼 수 있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가전제품과 채팅하는 스마트홈 서비스 ‘홈챗(HomeChat)’을 지난 4월 국내 시장에 상용화한 LG전자는 세탁기, 냉장고, 광파오븐 등에서 로봇청소기, 스마트 조명, 무선 멀티룸 오디오 등으로 홈챗 서비스 대상 기기를 확대했다. 또 미국 스마트 온도 조절기 ‘네스트(Nest)’, 사물인터넷 플랫폼 ‘올조인(AllJoyn)’ 등 글로벌 스마트홈 플랫폼 업체들과 협력을 본격화한다.
삼성전자도 스마트홈을 전시장 중앙에 배치하고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도어록, 스마트 플러그 등에 스마트홈 기술이 적용된 것을 보여준다. 외출 중 현관의 도어록이 열리면 등록된 가족의 스마트폰으로 알림이 오는 세이프티 서비스,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자가 집에 가까이 왔음을 자동 인지하고 집에 들어오기 전 조명과 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미리 작동시키는 위치인식 기능 등을 소개한다.
올해는 그간 스마트홈 분야에서 국내 업체에 비해 두각을 나타내지 않던 해외 업체들도 관련 기술을 알리는 데 더욱 욕심을 내는 분위기다. 독일 가전업체 밀레는 ‘생활의 혁신을 이끄는 마술’이라는 주제로 스마트홈 가전을 전시하고, 지멘스도 새로운 스마트홈 솔루션 ‘홈 커넥트’를 선보인다.
디스플레이 기술의 진화는 프리미엄 마케팅을 부르고
올 상반기 초고화질(UHD) TV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했다. 양사의 TV 신제품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LG전자는 세계 최초의 초고화질 올레드 TV로 ‘궁극의 화질’을 내세운다. LG전자 홈엔테인먼트(HE) 사업본부장 하현회 사장은 제품 공개행사에서 “울트라 올레드 TV는 최고의 디스플레이와 최상의 해상도를 결합한 TV 기술의 집약체”라면서 “곡면에서 색감의 왜곡이나 화질의 변화가 전혀 없다”고 자신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105인치 가변형(bendable) UHD TV로 곡면 디스플레이 기술을 강조한다.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선보인 가변형 TV는 고객이 평면 화면과 곡면 화면 중 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선명한 화질과 함께 4200R(반지름이 4200㎜인 원의 휜 정도)의 곡률을 적용해 몰입감을 선사한다.
‘가전의 꽃’ 프리미엄 TV를 시장에 알리는 기회인 만큼 두 업체는 예술성을 접목한 제품 마케팅으로 글로벌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오스트리아 프리미엄 주얼리 브랜드 스와로브스키와 손잡고 제품에 크리스털 디자인을 입혔다. 삼성전자는 디지털 아티스트 미구엘 슈발리에와 함께 디지털 아트 ‘커브의 기원(Origin of the Curve)’을 선보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곡면 UHD TV를 통해 글로벌 TV 시장에서 경쟁사들과의 점유율을 더욱 벌리고 있다”면서 “IFA를 찾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TV의 카테고리가 된 곡면의 힘을 확실히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독일 IFA 개막… 미래의 가전 ‘스마트홈’ 제품 대거 공개
입력 2014-09-05 0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