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분해·파괴” 목청만 높이는 미국

입력 2014-09-05 04:31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두 번째 미국인 기자를 참수한 사실이 확인되자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IS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재천명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 등 고위 인사들이 총동원돼 동시다발적으로 격한 메시지를 쏟아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차 유럽을 순방 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우리의 목표는 IS를 분해하고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국내 연설을 통해 "IS를 지옥의 문까지 쫓아갈 것"이라며 "지옥이 IS가 머물러야 할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하나로 단합돼 있다. 상대가 미국인을 해칠 때 우리는 후퇴하지 않는다. 우리는 잊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직접 발표한 성명에서 "IS는 가면 뒤에 숨은 비겁자"라고 비난하고 "시간이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IS를 단순히 봉쇄하려는 게 아니라 파괴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강경 발언을 놓고 이라크에 초점이 맞춰졌던 미군의 공습이 곧 IS의 본거지인 시리아로 확대될 것임을 강력 시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시리아 공습을 포함한 IS에 대한 미국의 전략이나 정책 변화로 바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우선 오바마 대통령이 수차례 언급한 대로 알아사드 정권에 반대하는 시리아 반군에도 다양한 분파가 섞여 있는 상황에서, 공습만으로 IS를 격퇴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케리 국무장관을 중동에 급파해 시리아 인근 국가들의 지상군 파병을 포함한 연합군 편성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영국이 IS 격퇴를 위해 중동 동맹국까지 포함한 '군사 연합'을 꾸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서방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등 30여개국이 힘을 모아 사담 후세인을 몰아냈던 과거 미국의 걸프전 전략을 다시 쓰겠다는 것이다. 영국 더타임스와 가디언은 오바마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4일과 5일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정치·군사 연합체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전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도 4일 이라크 정부의 요청을 전제로 IS 격퇴를 위한 군사작전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나토가 이라크로부터 개입 요청을 받은 바 없지만 IS의 세력 확장을 막는 노력은 국제사회 전체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