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낯익은 장면이 하나 있다. 추석선물로 수북이 쌓여 있는 국회 의원회관 로비 모습이다. 언론에 단골로 실리는 사진이기도 하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추석을 앞두고 의원회관 앞은 택배 차량으로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물류센터를 방불케 한다.
로비는 선물 보따리를 나르는 택배회사 직원들과 손수레로 옮겨 싣는 의원실 직원들로 북적인다. 산더미를 이룬 선물들을 보면 한과, 과일, 멸치, 굴비, 홍삼세트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의원실 내부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각종 선물을 분류하느라 직원들은 진땀을 뺀다. 밀려든 선물을 겹겹이 쌓아놓다 보니 걸어다니기조차 힘들 지경이다.
선물 중에는 내용물을 알 수 없도록 숨긴 채 포장된 것도 있고,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게 명함을 뒤집어 부착한 것도 있다. 우스갯소리로 많이 받은 의원은 선물을 모아 어지간한 동네마트 하나는 낼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의원회관으로 오는 선물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있다. 자택으로 더 많은 선물이 보내진다는 얘기다. 주로 정부 산하기관이나 대기업, 지역구 인사들이 보낸 것이 많다.
의원들이 이렇게 풍성한 명절을 맞이할 만큼 일을 많이 한 것인가. 예년은 몰라도 올해는 아닌 것 같다. 국회는 넉 달째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해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듣고 있다. 말 그대로 개점휴업이다. 이런데도 의원들은 매달 1149만원의 세비를 꼬박꼬박 받아갔다. 4일에는 추석상여금 387만8400원까지 챙겼다. ‘무노유임(無勞有賃)’의 뻔뻔한 의원들이 아닐 수 없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놓고 정쟁을 일삼던 이들은 2일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어제까지 싸움질만 하던 사람들이 맞나 싶다. 이러니 철면피 소리를 듣는 것이다.
현재 중앙행정기관 및 지자체 공무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은 지난 2002년부터 부패방지법에 따라 공직자 행동윤리강령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선물은 3만원이 넘으면 가족이 받더라도 징계를 받도록 돼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이런 행동강령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설령 뇌물성 돈이나 선물을 받아도 국회를 방탄 삼아 버티면 된다. 일도 안 하면서 세비에다 상여금까지, 그리고 명절 때는 선물로 주체할 수 없는 우리의 금배지들. 쏟아지는 비난에도 추석선물은 오늘도 넘쳐나고 있다. 상팔자도 이런 상팔자가 없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한마당-김준동] 상팔자 국회의원
입력 2014-09-05 0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