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을 어떤 방법으로 읽으세요.” 다독(多讀)을 하는 편인 제가 자주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이다. 지금은 다양한 주제의 책을 왕성하게 읽는 사람이 됐지만 원래 그랬던 것은 아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우리가 받아온 오랜 시간의 정규 교육과정에서 책 읽기에 대한 즐거움을 누리는 일은 쉽지 않다. 늘 시험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책 읽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일은 첫 직장에서 막 일을 시작하던 1990년대 초반이었다. 남이 정해준 코스를 따라 공부하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길에 맞추어서 공부를 시작한 시점이 그때부터라고 생각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학교에서 잘 배우는 사람이 있고 또 어떤 사람은 현장에서 잘 배우는데, 나는 후자에 가깝다. 첫 직장에서 공직 생활을 오래했던 상사를 만나게 됐는데 그분의 왕성한 독서열과 뛰어난 안목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때부터 전공을 벗어나서 독서의 영역을 과감하게 확대했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계기를 맞게 되는데 신문이나 잡지의 서평 코너에 신간에 대한 서평을 기고하는 일을 시작했다. 1990년대 들어서 경제 신문들은 경제적으로 해외 신간 코너를 만들어서 외국 서적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던 시점이 있었다. 그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마감 시간을 정해놓고 부지런히 해외 신간을 읽고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책 읽기가 어느 새 25년이 가까이 됐다. 중간에 잠시 사업체에 몸을 담았던 시기를 빼고 나면 신문, 잡지 그리고 방송 등에서 왕성하게 신간을 읽고 서평을 쓰는 일을 해 왔다.
책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은 성경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어서다. 어느 집을 가더라도 서가에 성경책이 한두 권 정도는 꽂혀 있을 것이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분들이라 할지라도 성경책을 선물 받은 적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도 여러 권의 성경책이 서가의 한 곳에 꽂혀 먼지를 덮어 쓰고 있었던 적이 있다.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읽어온 사람으로서 성경은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공자, 붓다 등 인류 역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분들의 저서는 때로는 재미를, 때로는 흥미를, 때로는 감동을 안겨준다. 그러나 그런 책 가운데 그 어떤 책도 열 번이나 스무 번 이상을 읽을 때도 처음에 가졌던 느낌이나 감동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예를 들어 서양 고전 중에서도 현대인들이 읽더라도 여전히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 아리스토텔레스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다. 유일한 외아들을 위해 집필한, 행복에 관한 이 책은 2500년의 시공간을 초월해서 교훈과 재미를 듬뿍 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세 번 읽으면 처음의 감동을 다시 맛보기란 쉽지 않다. 지식은 지식일 뿐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걸출한 책이라 할지라도 사람의 지력으로 쓰여진 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편 오랜 기간에 걸쳐 다수의 저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성경에 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성경의 무오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또 다른 한쪽에서는 선명하게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도 있다. 나의 개인적인 체험이 성경과 다른 훌륭한 책 사이의 차이를 명쾌하게 정리해 준다. 그것은 ‘생명력’의 유무에 관한 부분이다. 믿는 자의 대열에 들어서고 난 다음에 읽게 되는 성경이 다른 훌륭한 책들과 뚜렷한 차이점은 생명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그 어떤 책이 지속적으로 생명력을 제공하는 책이 있을까. 나는 그런 책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다. 성경이 특별한 책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은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간에 듣고 읽을 때마다 강력한 생명의 원천임을 확신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내가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모신 다음에 체험하게 되는 놀라운 변화 가운데 하나이다. 물론 세상에는 성경의 무오성에 대해 회의를 가진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의견에 대해서도 고개를 끄덕이는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읽을 때마다 생명의 원천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는 점은 신비로운 체험 가운데 하나이다. 게다가 깊은 즐거움을 제공해 준다는 점이다. 성경의 무오성에 대한 신학자들의 다양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들을 때마다 지속적으로 생명력을 제공하는 책을 만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조금 늦은 시점에 믿음을 갖게 되었지만 촌음을 아껴서 수시로 성경을 읽는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발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도다”(시 23:1∼2)와 같은 말씀을 읽을 때마다 깊은 감동과 생명력을 공급받는다. 펼칠 때마다 감동과 생명을 주는 책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그래서 내가 자주 마음에 새기는 문장이 하나 있다. “마음껏 성경을 읽고 들을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나 살아갈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시대에 이 땅에 태어나 사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축복을 받은 인생인가.”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공병호의 세상 읽기] 성경은 살아있다
입력 2014-09-06 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