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좀 이상하다. 왜 책은 명절 선물이 안 될까? 좀더 나은 선물을 찾느라고 명절마다 난리다. 그런데 누구도 서점에 가서 선물을 찾지는 않는다. 무슨 때만 생기면 기획전으로 떠들썩한 대형 서점들도 명절에는 조용한 편이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4일 미국 얘기를 들려줬다. “미국의 최대 명절이 크리스마스잖아요? 이 시즌에 연간 책 매출의 최대 3분의 1, 적어도 7분의 1이 발생한다고 해요. 오바마 대통령도 매년 한두 차례 백악관 근처 동네서점에서 책을 구입해 딸에게 선물하는 장면이 외신에 나와요. 책 선물은 미국인들에겐 문화인 거죠.”
그런데 우리는 왜 안 될까? 교보문고는 지난 설날 전국 매장에서 책 선물 꾸러미를 만들어 대규모 기획전을 벌였다. 그러나 올 추석에는 광화문점에서만 소규모로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서점들도 추석 선물 기획전을 하기는 한다. 그러나 의미 있는 매출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출판사들은 명절 선물용 상품을 따로 기획하지 않는다. 좋은 책을 골라 꾸러미(세트) 상품을 만들고 포장을 예쁘게 하거나 사은품을 추가하면 좋은 명절 선물이 될 법도 한데 주목할만한 시도는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아이들 선물로는 책이 꽤 경쟁력이 있어 보이는데도 히트 상품이 나오지 않는다.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이들에게 용돈 1만원, 2만원 찔러주는 것보단 책 한두 권을 선물하는 게 훨씬 근사하지 않을까.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우리도 과거에는 책 선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제가 창비에서 근무하던 1990년대만 해도 어린이날이나 성탄절에 쉬어본 적이 없어요. 매번 특근이었죠. 그 때는 어린이날이 되면 부모들이 아이들 데리고 서점에 가서 책을 사주는 게 하나의 문화였어요.”
교보문고는 10월 잠실점을 리뉴얼하면서 매장 입구에 선물용 책을 모은 ‘선물존’ 코너를 따로 마련한다. 교보문고 점포지원팀 김성자 팀장은 “선물로서의 책을 본격적으로 시험해 보겠다”고 말했다.
백 연구원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명절 선물로 책을 보낸다는 발상은 하지 못 하는 게 사실”이라며 “명절 선물 목록에 책이 끼어들 여지가 있는가? 이건 서점과 출판사들이 앞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책이라는 선물은 물건뿐만 아니라 여러 이야기를 함께 싣고 도착하게 마련이다. 거기에는 주는 사람의 취향과 경험, 견문이 배어 있고, 받는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과 메시지가 담겨 있으며, 무엇보다 오래도록 곁에 남아 때때로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은 왜 명절 선물이 안 될까?
입력 2014-09-05 0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