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공휴일제 도입으로 예년보다 긴 올해 추석. 모처럼 여유로운 마음으로 극장 나들이를 가보면 어떨까.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나 연인·친구와 함께한 한 편의 공연은 오래도록 기억되는 선물이다. 한가위 연휴에 공연 중인 뮤지컬과 연극 중 작품성과 화제성 있는 작품 몇 편을 골랐다.
만파식적 도난사건의 전말
국립극단 ‘삼국유사 연극만발’ 시리즈의 첫 작품. 최근 영화로도 제작된 연극 ‘해무’의 김민정 작가가 ‘만파식적 설화’를 바탕으로 글을 썼다. 신라시대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을 소재로 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판타지다. 이 연극은 조화와 치세의 상징인 만파식적을 현대인이 갖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하는 상상에서 출발했다. 만파식적을 갖기 위해 정쟁을 벌였던 신라의 이야기와 욕망에 충실한 현대인의 모습이 번갈아 나온다. 주인공 길강 역의 김주완을 비롯해 김수현 채윤서 오민석 등이 출연한다. 5∼21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1688-5966).
가을소나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로 유명한 극단 산울림 임영웅 대표의 연출 60주년 헌정작. 스웨덴 영화감독 잉마르 베르히만의 1978년 동명영화를 연극으로 각색해 임대표가 직접 연출했다. 성취욕이 강한 유명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샬롯’과 그녀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딸 ‘에바’가 7년 만에 재회해 빚는 갈등을 사실주의적 기법으로 그린다. 모녀 역을 맡은 손숙과 서은경이 그야말로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보여준다. 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3만∼5만원(1544-1555).
즐거운 복희
극작가 이강백과 연출가 이성열이 연극 ‘봄날’에 이어 다시 만났다. 배경은 어느 한적한 호숫가 펜션 마을. 평범한 인간들의 욕망과 이기심이 빚어낸 비극을 통해 선과 악, 진실과 허구의 모호한 경계를 묻는다. 사마안 장군의 딸 복희가 여섯 펜션 주인들의 ‘애도 마케팅’에 따라 날마다 눈물지으며 아버지의 묘소를 참배하는 ‘슬픈 복희’의 삶을 강요당한다. ‘진짜 복희’와 타인이 만들어 낸 복희 사이에서 실재와 허구에 대해 질문한다. 21일까지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 1만8000∼2만5000원(02-758-2150).
슬픈 연극
죽음을 앞두고 가족들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남편 장만호. 이를 옆에서 지켜보며 작은 희망에 기대려고 하는 아내 심숙자의 어느 저녁을 그린 작품. 그 풍경을 담담하고 잔잔한 어조로 풀면서 삶과 죽음, 부부애를 이야기한다. 2인극이면서 동시에 독백이 주가 되는 ‘트윈-모놀로그’ 형식이다. 민복기 작·연출. 강신일, 남기애, 김학선, 김정영, 김중기, 이지현 출연. 11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3만5000원(02-762-0010).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추석에 볼만한 공연] 연극
입력 2014-09-05 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