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3일 국회 본회의는 정치인들의 오래된 ‘제 식구 감싸기’ 적폐가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자리였다. 특히 야당을 향해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방탄 국회 주관자’라고 비아냥댔던 여당은 고스란히 그 비난을 뒤집어쓰게 됐다. 세월호 교착 국면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다가 되레 코너로 몰리게 된 새누리당은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야당은 방탄 국회의 책임을 모두 새누리당에 떠넘기면서 총공세 모드로 돌아섰다.
사실상의 정기국회 첫 안건이라고 할 수 있는 송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양보 없는 정쟁만 벌이는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줄다리기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질 전망이다.
본회의에 체포동의안 안건이 표결에 부쳐지자 여야는 당론을 정하지 않은 채 의원들 판단에 맡겨 투표하도록 했다. 당초에는 “무난하게 가결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원내 과반의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본회의에 앞선 의원총회에서도 ‘자율투표’ 방침은 바뀌지 않았다. 본회의 직전에 만난 한 핵심 당직자는 “이런 국면에서 방탄 국회를 여는 것 자체로 엄청난 비판을 불러올 것”이라고도 했다.
소속 의원이 아닌 데다 새누리당도 보호막을 적극적으로 치지 않아 부담이 훨씬 덜했던 새정치민주연합도 마찬가지였다. 의원총회에서 송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해서는 별도로 의견을 모으지도 않았다. 지난 1일 송 의원의 체포동의안 보고를 위한 본회의에 참석하는 등 협조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체포동의안 가결 예측은 속절없이 깨졌다. 개표 결과가 적힌 쪽지를 받아든 정의화 의장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본회의장을 빠져나온 새누리당 의원들은 곳곳에서 향후 대응을 논의하는 등 당혹스러운 모습이었다. 당 혁신의 출발점을 의원 특권 내려놓기라고 강조한 김무성 당 대표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방탄 국회를 열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던 김 대표는 “의원 각자가 판단한 문제에 대해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곤혹스러워했다.
부결 이유에 대한 여러 해석이 오갔다. 송 의원이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자진 출석하겠다고 한 점이 동정표를 샀다는 추측이 나왔다. ‘비교적 적은 액수’(6500만원)의 금품수수 혐의에 대해 구속수사를 강행하려는 검찰에 대한 불만도 감지된다.
송 의원은 본회의장과 의원총회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오전에는 의원들에게 ‘친전’을 돌려 반대표를 읍소하기도 했다. 본회의 직후에는 기자들의 방탄 국회 지적에 대해 “방탄은 무슨 방탄이냐”면서 “(내가 체포되면) 우리 지역구에서 나를 뽑아준 유권자들이 주권 행사를 못 하게 된다. 여기에서 의원들이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야당은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일각에선 세월호 재합의안 추인보류 이후 자중지란 양상을 보였던 국면을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말도 흘러나왔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이 두 얼굴을 가진 정당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항상 두 얼굴을 가진 당이 아닌가”라고도 했다. 문재인 의원도 “정말 뜻밖”이라며 “겉으로는 (의원) 특권 철폐 이야기를 하면서 돌아서서는 방탄(국회)하는 꼴이 됐다”고 날을 세웠다.
김경택 최승욱 기자 ptyx@kmib.co.kr
‘방탄’ 민낯 드러내, 곤혹스런 與 공세모드 野… 송광호 체포동의안 부결 후폭풍
입력 2014-09-04 0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