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규제개혁회의] 朴 “2015년이요? 규제는 눈 딱 감고 화끈하게 풀어야”

입력 2014-09-04 04:01

“규제는 눈 딱 감고 화끈하게 풀어야 간에 기별이라도 간다. 눈 딱 감고 풀어라.”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강조한 말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열린 1차 회의에 이어 이번 회의에서도 과감한 개혁 의지, 속도감 있는 개혁을 거듭 주문했다.

◇“내년이요?” “눈 딱 감고 풀어라”=이번 회의는 참석자들의 현장 건의와 관계부처 장관의 설명, 박 대통령의 주문 식으로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특히 현장 건의 이후 규제혁파를 강조하면서 때론 격정적으로, 때론 질책성 질문을 하면서 강도 높은 규제혁파 의지를 드러냈다. 한 귀농인이 폐수 관련 규제가 과도하다고 민원을 제기한데 대해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법률을 개정해서 내년 중 허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내년이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법을 개정해서 하려면 내년에도 되겠어요?”라고 거듭 질문했다. 박 대통령은 ‘법 개정’ 얘기가 나올 때면 미간을 찌푸렸다. 특히 박 대통령은 국토교통부 소관 업무가 화제가 되자 서승환 국토부 장관에게 “특히 국토부는 눈 딱 감고 풀어야 한다”며 화끈한 규제철폐를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 의지를 부모 마음에 비유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어머니가 혼자 아이 열 명을 다 키우고 시집, 장가 보내는 것은 관심과 의지, 열정이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4시간 넘는 회의 내내 발언 기회를 스스로 만들면서 발언을 쏟아냈다. 장관들에게 “내일이라도 해야 한다”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건수가 아닌 질적인 감축에 방점을 둬야 한다” 등 언급을 하며 신속한 규제혁파와 실행 의지를 강조했다. 호주에서 시행 중인 ‘규제폐지의 날(Repeal Day)’도 모범 사례로 꼽았다.

◇“생닭 포장 규제 풀어 달라”…현장 건의도 봇물=참석자들은 현장에서 체감한 각종 규제 개선 방안을 적극 건의했다. 1차 회의에 비해 참석자들은 한결 여유가 있어 보이기도 했지만 일부 참석자들은 건의사항을 제기할 때 울먹이기도 했다. 진병호 전통시장상인연합회장은 “전통시장에서 생닭을 파는 상인은 다 영세상인데 4월부터 개별포장 판매를 한다”며 “냉장시설이 있어 굳이 개별포장을 안 해도 되는데 포장을 하려면 마리당 500∼700원이 추가로 들고 환경 문제도 있다”고 건의했다.

오세희 한국메이크업협회장은 “미용 분야는 헤어미용, 메이크업, 피부관리, 네일아트로 각자 업무 영역이 다르다”며 “국가자격증을 따려면 메이크업 일만 하려 해도 헤어미용 기술까지 습득해야 해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오락가락하는 지자체 허가 기준도 도마=지방자체단체 간 건축허가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경호 원파크 대표는 “이곳(서울)은 신나게 다닐 수 있는 호수 같지만 지방은 뒤뚱거리고 기어다니는 풀숲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부산시 고시, 공고문을 보고 68억원에 토지를 매입해 건축허가를 접수하니까 구청에선 또 다른 고시가 있어서 허가가 안 된다고 했다”며 “저는 하루에 이자로 100만원씩 잃고 있다. 광역시와 구청 사이에 끼었는데, 대통령이 말려 달라”고 했다.

박정숙 발레무용스쿨학원장은 “학원을 하는데 간판을 달아도 불법, 달지 않고 창문에 글씨로 광고해도 불법이라고 한다. 불합리한 규제를 이번 기회에 반드시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자상거래 시스템 여전히 개선 필요=복잡한 국내 전자상거래 시스템도 여전히 문제로 지적됐다. 김수일 커머스플래닛 대표는 “해외 쇼핑몰들은 아이디와 패스워드만으로 인증하는 ‘원클릭 간편결제 시스템’을 사용한다”며 관련 규제개혁 필요성을 주문했다. 창업동아리 출신 강민지씨는 “국내 전자상거래 시스템이 너무 복잡해 외국 친구들이 결제 시스템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갖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런 건의를 들은 박 대통령은 “액티브엑스(Active-X) 관련 얘기도 계속되는데 왜 아직도 그런 불만이 많이 나오는 것인가”라며 “이번에는 그런 불만이 싹 없어지도록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