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宋 의원 방탄국회는 집단 이기주의의 전형

입력 2014-09-04 03:30
‘철도 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원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경우 지금까지 “제식구 감싸기는 없을 것”이라고 밝혀온 데 이어 새정치민주연합과 함께 의원들의 자유 투표에 맡기기로 해 표결 직전까지 가결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재적 의원 과반 참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나, 223명 출석에 73명만이 찬성해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이다. 반대표는 118표나 됐고, 기권·무효표도 32표나 나왔다. 이로써 송 의원은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체포동의안 부결 이유는 명확치 않지만, 기명 투표가 아니라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 만큼 여당은 물론 야당 일부 의원들이 이른바 ‘동정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적지 않은 의원들이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한 데다, 송 의원이 여야 의원들에게 결백을 주장하는 서한을 돌린 데 이어 이날 본회의 신상발언을 통해 “청탁을 받은 적이 없으며 앞으로 20번이라도 검찰 조사에 응할 테니 동료 의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읍소한 것도 표결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밝힌 송 의원의 혐의는 결코 가볍지 않다.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등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철도부품 제작업체에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11차례에 걸쳐 6500만원을 받았다는 게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설명이다. 황 장관은 금품을 주었다는 업체 대표의 진술이 일관되고, 물적 증거도 있어 범죄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국회의원을 포함해 모든 국민들에게 적용돼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생계형 범죄자들도 구속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게 현실이다. 그런 마당에 국회의원이라는 직위를 악용해 검은 돈을 챙겼다는 무거운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이 단지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구속되지 않는다면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국회의원들의 ‘특권병’이 다시 도졌다는 비난 여론이 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여야는 19대 국회 후반기 4개월여 동안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채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싸고 밀고 당기기만 반복해왔다. 새누리당은 야당 및 세월호 유가족과의 소통에 문제를 드러냈고, 새정치연합은 당내 강경파와 유가족 눈치를 살피며 장외에서 배회하고 있는 상태다. 국회의 입법권 포기로 인해 경제 살리기의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는 지적도 이들에게는 아무런 자극제가 되지 않는다. 민생은 온데간데없고, 소모적인 정쟁만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국경색의 책임이 전적으로 상대에게 있다면서 입씨름을 계속하고 있다. 여야가 누구를 위해 싸움질하고 있는 건지 도대체 모르겠다. 자신들에게 부여된 책무는 방기하면서 ‘동료 구하기’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국회의원들을 보면서 ‘과연 국회가 존재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여론이 확산될 듯해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