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규제개혁회의] 朴“잠깐만요” 돌발 질문에 장관·실무자들 답변 진땀

입력 2014-09-04 04:03
“일을 하게 하려면 방법이 보이고 안 되게 하려면 규제가 보인다고 하는데, 어떻게든지 되게 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요?”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여러 차례 ‘융통성’을 언급했다. 지난 3월 1차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현장 건의, 관련 부처 장관의 답변이 오가는 과정에서 미진한 점이 있다 싶으면 “잠깐만요”라는 말로 반드시 짚고 넘어갔다. 회의 초반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의 규제정보 포털 사이트 시연이 끝나자마자 “한 말씀 좀 드릴 게요”라며 쓴소리를 쏟아낸 게 신호탄이었다. 장관이나 실무자들은 언제 어떤 질문이 날아올지 몰라 회의 내내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했다. 몇몇 장관들은 박 대통령이 집요하리만치 추가 질문을 이어가자 당황한 듯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

박 대통령은 1차 회의 때 논의된 사항들이 얼마나 진전됐는지를 꼼꼼히 챙겼다.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에 참여하는 민간 위원에게는 “공무원과 일해 보니 어떠냐”며 ‘돌직구’ 질문을 던져 회의장의 공무원들을 긴장시켰다. 규제개혁에는 반드시 특혜 논란이 뒤따라 합리적 개선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일선 공무원의 고충에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각종 규제를 다루는 만큼 전반적인 분위기는 딱딱했지만 때때로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백유현 한국곤충산업협회장은 “곤충도 농업의 한 축으로 봐 달라”고 이야기하던 중 대뜸 영화 ‘설국열차’ 이야기를 꺼냈다. 백 회장이 구수한 사투리로 “설국열차를 보면 바퀴벌레로 만든 양갱이 나오는데 제가 그 영화 만든 감독을 굉장히 싫어한다. 만들 게 따로 있지”라고 하자 곳곳에서 웃음이 새나왔다. “청와대 영빈관에서도 한번씩 곤충 요리를 먹을 수 있게끔 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말에는 박 대통령도 “하하하” 소리 내 크게 웃었다. 박 대통령은 “식품으로 쓸 수 있는 곤충이 뭐가 있는지 이번 기회에 홍보해보시라”고 훈훈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후 소상공인들은 한층 편안한 분위기에서 현장 애로와 건의사항을 가감 없이 이야기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박 대통령에게 ‘SOS’(긴급도움 요청)를 쳤다. 박 회장은 전국 지자체별로 기업의 규제 체감도와 환경을 조사해 규제지도를 만드는 사업의 경과를 설명하면서 “하위 지자체들의 반발이 심해 상의가 욕을 먹을 수 있으니 대통령이 도와 달라”고 했다. 박 회장의 발언은 원고에는 없던 애드리브였다. 이에 박 대통령은 “안 좋은 이야기 들으면 내가 다 보호해주겠다. 경제를 살리려면 욕을 먹어도 할 수 없다. 등수를 좍좍 매겨 달라”고 답했다. 소신껏 하라는 주문이었다.

1차 회의가 ‘끝장 토론’ 식으로 진행돼 다소 늘어지는 감이 있었다면 이날은 3시간으로 한정해 보다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하지만 예정됐던 시간을 1시간 이상 넘겨 토론이 마무리되자 박 대통령은 “하다 보니 끝장 토론 비슷하게 됐는데 끝장 토론은 아니다. 열정이 뻗치다 보니 시간이 오버됐다”며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