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충북 증평 제13공수특전여단 예하 부대에서 발생한 특전사 부사관 사망 사건은 고강도 훈련 시 점검해야 하는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참사다. 이번에 실시된 ‘포로 시 행동요령’ 훈련은 해외에서도 종종 사망자가 나올 정도로 위험도가 높다. 우리 군에서는 1980년대 비슷한 훈련이 실시되다가 중단됐다. 그리고 올해 처음 도입된 훈련이어서 사전에 충분한 안전대책이 마련됐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당초 이 훈련은 15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이 부대는 1일부터 4박5일간 시험훈련을 실시했다. 사고는 특전사 대원들이 포로로 붙잡혔을 때 대처요령을 숙달하는 ‘포로체험 훈련’에서 벌어졌다. 얼굴에 밀폐된 천으로 만든 주머니가 씌워진 채 손발이 묶인 상태를 견디고 결박을 푸는 훈련이어서 주머니가 얼굴에 밀착돼 질식되거나 결박된 상태에서의 압박 등으로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사전에 교관 등이 훈련을 받는 대원들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위기 시 즉각 대처해야 한다.
훈련은 독신자 숙소로 쓰였던 건물 2층에 있는 방들에서 실시됐다. 하지만 10명의 대원이 10㎡(3평) 정도의 어두운 독방에서 훈련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적군 역할을 하는 2명의 지원요원이 30m 정도 되는 복도를 오가며 이들을 관찰하는 원시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방 내부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CCTV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훈련을 감독해야 할 통제관 4명은 상황실에 있어 독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몰랐다. 훈련에 참가한 대원들은 대부분 신참이다. 고참 대원들도 경험하지 못한 고난도 훈련을 신참에게 무리하게 적용하다 사고가 난 것이다.
훈련은 오전과 오후에 두 차례 진행됐다. 오전 훈련은 8시20분부터 11시까지 2시간40분간 두건이 조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손을 머리 위로 들고 서 있는 상태로 받았다. 반면 야간에는 두건을 조이고 무릎을 꿇은 채 양손은 뒤로 결박당한 상태에서 1시간 이상 참아내는 훈련이 실시됐다.
야간 훈련은 해가 저문 뒤 어두운 방에서 실제 포로가 됐을 때 엄습하는 공포와 고립감을 체험하는 내용이었다. 부대 관계자는 “좁은 공간에서 두건을 씌워놓으면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오전 훈련보다 강도가 높아 심리적 압박감이 더 높아진 데다 두건이 조여 있는 상태여서 질식 가능성도 컸다.
야간 훈련은 오후 9시에 시작됐다. 10시쯤 훈련 참여 대원으로부터 “살려달라”는 외침이 들렸지만 지원요원들은 이를 묵살했다. 육군 관계자는 “살려달라는 외침이 들렸고 욕을 하는 훈련 장병도 있었지만 지원병들은 훈련 상황으로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훈련 시작 1시간40분쯤 부상한 전모 하사가 소리를 지르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지원병이 달려갔지만 전 하사는 이미 의식이 희미한 상태였다. 전 하사가 병원으로 이송한 뒤 다른 부사관들의 상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모(23), 조모(21) 하사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이 뒤늦게 발견됐다. 이들도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각각 11시15분, 11시24분에 숨졌다. 군 관계자는 “질식 가능성은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적절하게 통제하고 진행했어야 했는데 미숙했다”고 토로했다. 부대 측은 구타나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밝혔다. 육군은 이번 훈련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특전사 사망 사고] 포로체험훈련 참변 왜?… “살려달라” 호소했지만 훈련 상황으로 여기고 묵살
입력 2014-09-04 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