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들 눈에 국민 혈세는 눈먼 돈이나 다름없었다. 각종 사업을 철저한 사전·사후 검증 없이 벌이다 보니 세금을 물 쓰듯 낭비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 및 예산 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등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은 3일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예산낭비신고센터 운영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울산 A구청은 국유지에 4억5000만원을 들여 무허가 테니스장을 지었다가 그 자리에 도로 공사가 진행되자 개장도 못한 채 테니스장을 폐쇄했다. B연금공단은 한꺼번에 똑같은 홍보물 12장을 우편으로 발송했고, C지방자치단체는 동일한 등산로에 방재 당국이 설치한 것과 거리 표기가 서로 다른 이정표를 동시에 설치했다가 지적을 받았다.
D공공기관은 ‘건강장수마을사업’을 벌이면서 지방에 헬스기구를 보급했는데, 한 마을에서는 기구를 빈 축사에 내버려둔 채 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트레드밀(러닝머신) 1대는 개인 가정에 비치돼 있었다.
E부처가 지원한 은퇴자 대상 ‘새 일터 적응 지원사업’에는 다단계업체가 선정된 것이 드러나 현장연수가 중단되기도 했다. 서울 F구청은 복개도로 위에 특수 플라스틸 패널로 제작한 사계절 인조 스케이트장을 설치했으나 이용객이 없어 철거하고 그 자리에 재활용품 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인천 G구청은 ‘문화존’을 조성한다며 대로 양편의 멀쩡한 강관 가로등을 뽑고 스테인리스 가로등을 새로 설치하는 데 수억원을 들이기도 했다. 기재부는 이런 낭비 사례에 대해 시정요구나 주의조치 등을 내렸다. 예산낭비신고센터에 접수된 각종 예산 낭비 사례는 지난해 3729건에 이르렀다.
한편 건설 공사가 2년 이상 중단된 채 방치된 건축 현장이 전국적으로 426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이런 내용을 담은 ‘공사 중단 장기방치 건축물 현황 조사’ 자료를 공개했다. 시·도별로 장기방치 건축 현장이 가장 많은 곳은 충남(62곳)이었고 경기(60곳) 충북(45곳) 강원(34곳) 경북(30곳) 순이었다.
이들 건축 현장을 안전등급별로 보면 A급(우수)이 53곳, B급(양호)이 290곳, C급(미흡)이 34곳, D급(불량)이 49곳이었다. 특히 426곳 중 420곳은 통행 제한, 안전펜스 설치 등 안전조치가 돼 있었지만 C급 6곳은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C급은 안전에 상당한 우려가 있어 조속한 개선이 필요한 상태고, D급은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매우 커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태를 뜻한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4억 들인 테니스장 짓자마자 폐쇄… 예산낭비신고센터 공개
입력 2014-09-04 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