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누명 흑인형제 30여년 만에 “무죄”

입력 2014-09-04 03:47
2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로비슨카운티 고등법원. 더글러스 새서 판서가 “헨리 매컬럼과 레온 브라운의 사형과 종신형 선고를 모두 취소한다. 이들을 석방하라”고 판결했다. 법정은 박수와 환호로 가득 찼다.

매컬럼(50)과 브라운(46)은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이들 흑인 이복형제는 1983년 노스캐롤라이나주 남부의 농촌인 레드스프링스에서 발생한 11세 소녀에 대한 강간·살인 혐의로 기소돼 형은 사형, 동생은 종신형을 받아 30여년 동안 수감생활을 해 왔다. 정신적 장애가 있는 이들 형제는 그해 9월 28일 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한 10대 소년이 당시 뉴저지에서 이주한 지 얼마 안 되는 이들 형제를 용의자로 지목한 때문이었다. 변호사도 동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은 5시간 동안 이들을 ‘협박’했다. 형 매컬럼은 “겁에 질려 당시 이야기를 날조했고 얼마 뒤 이를 부인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최근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매컬럼에 대한 사형 집행 여부는 노스캐롤라이나를 넘어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하지만 검사가 수차례 시도한 사형 집행은 ‘매컬럼의 지능이 9세 아동 수준’이라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불발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DNA 검사로 급반전이 이뤄졌다. 사건 현장의 피 묻은 막대기 부근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에서 나온 DNA 성분이 유사한 강간·살인 혐의로 사건 발생 얼마 뒤 체포된 로스코 아티스라는 수감자의 것과 일치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카운티 검사도 판결에 따를 것임을 밝혀 이들은 이르면 3일 석방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 등 미 주요 언론의 사이트에는 수백 개씩의 댓글이 달렸다. 이 중 상당수는 ‘이들 형제는 흑인이다. 언급은 안 됐지만 기소한 검사의 피부색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라는 글을 올리며 이들이 누명을 쓴 이유를 인종 차별과 연관시켰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