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맞을 짓을 했으니 맞았지” 無징계… 도 넘은 ‘막말판사 감싸기’

입력 2014-09-04 04:31
지난 2012년 대전지법에서 민사소송 중이던 A씨는 재판 도중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피고 측과 합의하라는 재판장 권고에 A씨가 불응하자 재판장이 "칠십이 넘어서 소송하는 사람은 3년을 못 넘기고 죽는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A씨는 법원에 "판사가 막말을 했다"고 민원을 냈으나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법정에서 부적절한 언행을 하는 '막말 판사'들에 대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법원 징계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막말 판사에 대한 진정 제기는 67건에 달했다. 연도별로 2009년 11건, 2010년 7건, 2011년 18건, 2012년 13건이었고 지난해 18건이었다. 이 중 징계조치가 이뤄진 것은 경징계인 서면경고와 견책 2건에 불과했다.

접수된 진정 내용에 따르면 한 판사는 이혼소송 도중 원고인 남편에게 "집에 다른 여자를 데리고 가 부인 보는 앞에서 나쁜 짓을 하면 이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자가 맞을 짓을 했으니 맞았다" "형편이 어려운데 왜 재판을 하느냐"는 식으로 인간적 모욕감을 줬다는 진정도 있었지만 모두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법원 측은 "A씨의 진정 내용을 자체 확인한 결과 그런 막말 발언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자체 조사에서 막말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도 많고, 막말 지적을 받은 법관이 사표를 내는 경우는 징계 건수에 잡히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법관의 재판 진행이나 재판 결과에 대한 불만도 계속 늘었다. 2009년 435건이던 재판 관련 불만은 지난해 1230건, 올해 상반기에만 716건이 접수됐다. 이 의원은 "판사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막말 판사'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막말 판사 근절을 위해 지난해 4월부터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재판을 직접 관찰한 후 개개인 법관에 맞춤형 개선책을 제시하는 법정 언행 컨설팅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또 2012년부터 일부 법원에서 시범 실시해 온 법정 녹음제도를 내년부터 모든 법정에서 전면 실시할 예정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