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80대 주부 100여명이 3일 서울 마포구 양원주부학교의 2014학년 가을학기 입학식에 참석했다. 중등부 최고령 입학자 이윤애(81·사진)씨의 얼굴에는 들뜬 표정이 역력했다.
1945년 초등학교 5학년에 학교를 그만뒀으니 69년 만에 다시 학업을 시작한 셈이다. 광복 후 혼란스러웠던 시대 탓에 당시에는 이씨처럼 특별한 이유 없이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잦았다. 이씨는 “나는 집안이 넉넉했는데도 어린 마음에 그저 학교에 나가지 않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만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양원주부학교는 1953년 피란민을 위해 설립된 일성고등공민학교로 시작해 1983년부터 학업을 다시 시작하는 주부들을 위한 학교로 운영돼 왔다. 지금까지 5만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서울 성동구 집에서 학교까지 대중교통으로 왕복 2시간이 넘게 걸린다는 이씨는 “옛날처럼 등굣길 기분이 나 오히려 설렌다”며 웃었다. 그는 “읽는 것엔 문제가 없지만 내가 학교에 다녔을 때는 일본어로 모든 과목을 배웠던 시절이라 지금도 한글 받침이 서툴다”며 “수학도 구구단조차 일본어로 외웠기에 다시 한번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엔 없었던 영어 과목도 이씨가 기다리는 수업 중 하나다.
이씨는 뒤늦게 다시 학교에 나가는 것이 쑥스러워 입학식 전날까지도 가족들에게 알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배움의 시기를 놓친 게 평생의 한이었는데 이제라도 아쉬움을 덜게 돼 기쁘다”며 “최고령 입학자이지만 아직 몸도 마음도 건강한 만큼 가능하다면 중학교 과정을 마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만학도 두 이야기] 가슴 콩콩 뛰는 69년 만의 등굣길… 81세 이윤애 할머니
입력 2014-09-04 0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