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다문화 도시다. 안산에는 약 6만9000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해 한국을 찾은 사람들로 이들 중 약 70%는 단원구 일대에 거주한다.
외국인을 상대로 각종 의료봉사활동을 펼쳐온 원곡보건지소는 이곳 단원구 부부로에 있다. 원곡보건지소엔 경제적 부담 때문에 병원에 갈 수 없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2일 원곡보건지소에서 이숙희(51·여) 원곡보건지소 계장과 최혁수(44) 구세군 안산다문화센터 센터장을 만났다. 두 사람은 오는 13일부터 매주 토요일 대한결핵협회와 공동으로 외국인들을 위한 무료 결핵검진을 시작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결핵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판단에서다.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은 돈이 없기 때문에 고시원이나 반지하방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채광과 환기가 제대로 안 이뤄지는 곳이죠. 결핵 발병률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이 계장)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정확한 데이터도 없는 실정입니다.”(최 센터장)
이 계장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주 목요일과 매달 셋째 주 일요일 외국인을 상대로 결핵검진을 진행해왔다. 검진 결과 외국인들의 결핵 감염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었다. 50명을 검진하면 많게는 4∼5명이 감염자였다. 문제는 감염자 수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자세한 숫자를 밝히기는 곤란합니다. 왜냐하면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죠. 다만 이 상태가 계속되면 안산 전체가 결핵 때문에 큰일을 겪을 수도 있어요.”(이 계장)
이 계장이 구세군 안산다문화센터와 손잡고 결핵검진을 추가 진행키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13일부터 매주 토요일 실시될 무료 결핵검진은 원곡보건지소 인근에 있는 만남의광장에서 진행된다.
최 센터장은 “만남의광장은 구세군이 그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외국인에게 무료 급식을 실시해온 곳”이라며 “많은 외국인이 결핵검진에 기꺼운 마음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계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까 우려했다. 그는 “결핵은 약만 잘 챙겨 먹어도 금방 낫는 질병”이라며 “저희 활동 때문에 외국인을 보는 시선이 나빠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핵검진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이 계장은 안산동산교회 집사다. 지난해 3월 원곡보건지소로 발령받은 그는 1년 6개월간 ‘외국인 사역’에 전념했다. 지난해 그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의료봉사 등을 펼치는 안산의 봉사단체 10곳 정보가 담긴 팸플릿을 만들어 배포했다.
올해에도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지난 5월엔 질병관리본부 지원을 받아 외국인 526명을 상대로 수인성 질병 검사를 실시했다.
보건복지부는 나눔을 실천해온 이 계장의 공로를 인정해 지난달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여했다. 이 계장은 “외국인 사역은 하나님이 내게 주신 소명”이라며 “하나님의 자녀로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안산=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결핵에 시달리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관심을…
입력 2014-09-04 0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