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3일 “일본이 일으킨 침략전쟁이 중국 인민과 많은 아시아 국가 인민에게 비참하기 그지없는 재난을 가져다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실은 사실이며 공리는 공리인데 입에서 함부로 나오는 대로 지껄이고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 언행은 헛수고일 뿐”이라고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 지도자들을 격한 어조로 비판했다.
시 주석은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의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69주년’ 기념 좌담회에서 이같이 언급했다고 관영 CCTV가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일본의 역사 왜곡 시도에 대해 “침략의 역사를 부인하거나 왜곡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면서 “검은 것은 검은 것이지 1만번 말한다고 흰색이 될 수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또 “흑백을 전도하는 말은 최후에는 자신과 남을 모두 속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중국은 전후 국제질서를 결연히 수호할 것이며 군국주의의 권토중래와 역사의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결코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오전에 베이징 노구교(盧溝橋) 인근의 인민항일전쟁기념관 광장에서 거행된 공식 기념식에서는 기념사를 발표하지 않았으나 오후에 열린 좌담회를 통해 이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기념식이 아닌 좌담회에서 발언한 것을 두고 11월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일본에 성의를 보였다는 해석도 있으나 발언 내용을 보면 기존의 대일 강경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평가가 많다. 시 주석도 간담회에서 “일본이 군국주의의 침략 역사를 깊이 반성하는 것이야말로 중·일 관계 발전의 기초”라고 거듭 강조했다.
기념식에는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비롯해 7인의 상무위원 전원이 참석했다. 기념식에서 항일전쟁 14년간의 고통스러웠던 시기를 상징해 14발의 예포가 발사됐고 마지막에는 중국인 희생자 3500만명을 기리기 위해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 3500마리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중국 언론들은 시 주석이 1937년 7월 7일 중일전쟁을 촉발한 계기가 됐던 ‘루거우차오 사건(7·7사변)’ 77주년 기념식에 이어 두 달 사이 항일전쟁기념관을 두 번이나 찾은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시진핑 지도부는 내년 ‘항일전쟁 및 반파시즘 전쟁 승리’ 7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분위기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역사 문제와 관련해 대일 공세를 강화하는 한편 애국심을 고취시켜 공산당에 대한 구심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기념일에 앞서 중국 정부는 전국 80곳의 ‘국가급’ 항일기념시설 목록과 항일영웅열사 300명의 1차 명단을 발표했다. 항일영웅열사 명단에는 허형식 이홍광 이학복 이봉선 안순복 등 최소 5명의 한인이 포함됐다. 허형식 이홍광 이학복 등은 동북항일연군(연합군)의 지휘부로 활동했다. 여성인 이봉선과 안순복은 동북항일연군 2로군 제5군 부녀단에 소속돼 있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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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日, 사슴을 말이라 지껄이는 것은 헛수고”
입력 2014-09-04 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