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체험 훈련을 받던 특전사 대원 하사 두 명이 2일 밤 숨지는 비극이 일어났다. 이 훈련은 적군에게 포로로 잡혔을 경우를 가정해 실시하는 것으로 실제 상황과 거의 똑같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장병들은 실제와 다름없이 가해지는 가혹행위를 견뎌야 한다. 두 하사는 폐쇄된 좁은 공간에서 결박되고 얼굴이 천으로 감싸인 상태에서 훈련을 받다 꽃다운 20대 청춘을 나라에 바쳤다.
이번 사고는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 실시 중인 포로체험 훈련을 우리 군에 도입하기에 앞서 예비훈련을 하다 일어났다. 외국에서도 사망 사고가 적잖을 만큼 악명이 높다. 우리 군에는 이 훈련을 이수한 교관이 단 한 명도 없다. 그런데도 외국 교본을 갖다놓고 주먹구구식으로 훈련을 하다 참변을 불렀다. 이런 위험한 훈련을 하면서 사전사후 안전관리 대책은 없었다. 하사에게 씌운 주머니 형태의 두건은 검증된 군용제품이 아닌 일반 가게에서 구입한 것이라고 한다. 통풍이 되는지 사전 안전점검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더 기막힌 것은 두 하사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소리를 질렀는데도 위기상황으로 감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군 관련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대장(大將)이라고 다르지 않다. 대통령 해외순방 기간에 관할 지역을 벗어나 음주소란을 일으킨 신현돈 1군사령관이 전격 전역조치됐다. 당시는 합동참모본부가 전군 지휘관들에게 위수지역에 머물도록 ‘군사대비태세 강화 지침’을 내린 상태였다. 그는 청주 모교에서 안보강연을 마친 뒤 동창들과 술을 마셨고 귀대 길에 군복을 풀어헤친 채 들어간 고속도로 휴게실 화장실에서 민간인들과 마찰을 빚어 빈축을 샀다.
군이 GOP 총기난사 사건, 윤모 일병 구타사망 사고 이후 잇따라 내놓은 병영문화 개혁 약속에도 불구하고 사건·사고가 재발하는 까닭을 알겠다. 대장부터 군령을 우습게 아니 군 기강이 제대로 설 리 없다. 게다가 군은 신 대장 사건을 두 달 이상 쉬쉬하다 야당이 문제를 삼으려 하자 꼬리 자르기를 했다. 셀프 개혁으론 군을 바꿀 수 없다.
[사설] 하사는 훈련 중 숨지고, 대장은 음주소란 피우고
입력 2014-09-04 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