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창업자를 발행인으로… WP의 새로운 도전

입력 2014-09-04 03:25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의 발행인이 신생 정치전문 매체의 창업자로 전격 교체됐다. 아울러 이 신문사를 창업해 80년간 소유해 온 그레이엄 일가와의 끈이 모두 끊어졌다.

지난해 8월 WP를 사들인 제프 베조스 아마존닷컴 창업자가 2일(현지시간) 캐서린 웨이머스 현 발행인 후임에 프레드릭 J 라이언(59)을 임명했다고 WP가 보도했다. 웨이머스는 WP를 세계적인 유력지 반열에 올려놓은 고(故) 캐서린 그레이엄 전 회장의 손녀다. 웨이머스의 퇴진은 80년간 지속해 온 그레이엄 가문과의 완전한 결별을 의미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새 발행인 라이언은 변호사 출신으로 2007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를 창업해 사장을 지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워싱턴DC 외곽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본사를 둔 폴리티코는 종이신문과 온라인을 가장 성공적으로 결합한 모델로 꼽힌다. 미국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의회를 중심으로 한 국내 정치에만 특화한 미디어다. 의회 개회 중에는 일간으로, 휴회 중에는 주간지 형식의 오프라인 신문을 발행한다. 인터넷사이트(Politico.com)에는 소속 기자들의 기사와 블로그가 실시간으로 서비스된다. 에너지 의료 건강 등 특화한 정보가 담긴 ‘폴리티코 프로’는 인터넷 구독료를 받는다. 의회와 관련된 각종 콘퍼런스와 이벤트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도 상당하다.

이에 따라 폴리티코는 수익구조는 물론 영향력 면에서도 워싱턴DC 일원에서 WP의 최대 적수로 부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WP 사주인 베조스가 WP의 유력 경쟁업체 사장을 발행인으로 영입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베조스는 경영난에 시달리던 WP를 2억5000만 달러(약 2546억원)에 인수한 뒤 10여명의 기자를 새로 채용하고 디지털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왔다. 라이언 발행인의 영입으로 이러한 노력이 한층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라이언 발행인은 WP에 대해 온라인 독자층을 성공적으로 확보한 ‘저널리즘의 보석’이라고 호평하면서 “WP는 성공을 위해 움츠러들지 않고 계속 전진하고 있으며, 거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라이언 발행인은 또 기존 논설 기조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편집권의 독립성을 보장할 것이라며, 현 마틴 바론 편집국장과 프레드 하이아트 논설실장을 유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