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 역사교과서 종교편향 심각… 독립협회·신민회에 대한 기독교의 기여 6개 출판사 모두 누락

입력 2014-09-04 04:04
예장 통합 ‘교육 관련법 및 역사교과서대책위원회’ 위원인 강무순 목사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국내 6개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서 다뤄진 기독교 서술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독립협회, 신민회에 대해 기독교가 끼친 영향이 국내 중학교 역사교과서에서 모두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독립운동 서술에 있어서도 천도교 대종교 등 민족종교에 비해 기독교의 역할이 지나치게 소홀히 다뤄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육자원부(총무 김치성 목사)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3길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개최한 ‘교육 관련법 및 역사교과서대책위원회 세미나’에서 대책위 위원인 강무순 목사는 국내 6개 중학교 역사교과서를 분석한 뒤 이같이 주장했다. 강 목사가 자료로 삼은 교과서는 비상교육, 교학사, 천재교육, 금성출판사, 천재교과서, 미래엔이 출간한 것이다. 비상교육 교학사 천재교육의 경우 신·구판 교과서, 나머지는 신판 교과서만 분석 대상으로 했다.

강 목사는 우선 서재필의 독립협회, 신민회, 물산장려운동을 서술한 부분에서 6개 역사교과서 모두 기독교 사상이 끼친 역할을 누락했다고 지적했다. 또 근현대사에서의 기독교 공헌, 1970년대 이후 개신교의 비약적 발전, 북한의 기독교 탄압 등도 교과서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교학사와 금성출판사 교과서는 광혜원을 소개하면서 광혜원과 알렌 선교사 및 기독교와의 관계에 대해 소개하지 않았다.

타 종교에 비해 기독교 및 기독교 인물에 대한 홀대도 보편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일제시대에 끼친 영향과 관련, 비상교육 교과서는 천도교 대종교를 기독교보다 훨씬 자세히 서술했으며 특히 신판 교과서는 기독교 기여 사실을 구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축소했다. 3·1운동 부분에서 신판 교과서는 구판과 달리 기독교의 주도적 역할을 아예 배제했고 신사참배 거부 사실도 누락했다.

교학사 교과서의 경우 구판에 수록됐던 민족운동 전개, 신사참배 거부, 순교 내용이 신판 교과서에서 빠졌다. 신판만 있는 금성출판사 교과서는 일제시대 포교 부분에서 천주교 천도교 유교에 비해 개신교에 대한 언급이 매우 짧았으며 교육과 의료사업에 힘쓴 개신교 업적을 평가하지도 않았다.

일제시대 민족종교에 대한 우호적 서술도 공통적인 부분이다. 비상교육 교학사 금성출판사 교과서들은 ‘방정환이 어린이날을 제정’한 부분을 소개할 때 ‘천도교의 방정환’이라든가 ‘방정환을 중심으로 한 천도교 소년회’라는 표현을 새로 추가하거나 기술했다.

상대적으로 기독교에 우호적인 천재교과서와 미래엔도 독립·민족운동에 제일 적극적이라고 평가받는 종교는 천도교와 대종교(천재교과서)라고 기술하거나 대종교의 항일운동을 좀 더 비중 있게 다뤘다(미래엔).

강 목사는 “역사교과서를 분석하면서 개신교 평가가 민족종교는 물론 가톨릭에 비해서도 덜 호의적이어서 한국교회의 위상 하락을 실감했다”며 “한국교회 전체가 역사교과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