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두 번째 미국인 기자를 참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IS 본거지인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공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자국민의 잇단 죽음으로 공습을 주저해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더욱더 궁지로 몰리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IS는 2주 전 참수한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에 이어 또 다른 미국인 기자 스티븐 소트로프(31)를 참수한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2일(현지시간) 배포했다.
‘미국에 대한 두 번째 메시지’라는 제목의 동영상에는 오렌지색 가운을 입은 소트로프가 칼을 든 IS 전사에 의해 살해당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소트로프의 목에 칼을 들이댄 IS 전사는 폴리 기자의 참수 동영상에 등장했던 인물과 동일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 역시 영국 억양이었다.
참수 뒤 잠시 정지됐던 동영상 화면에는 세 번째 인질로 추정되는 사람이 등장했다. 뉴욕타임스는 IS가 영국인 데이비드 카우손 해인즈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고 전했다.
타임과 포린폴리시 등에 중동 기사를 보내는 프리랜서 기자인 소트로프는 지난해 8월 시리아에서 IS에 납치됐으며 지난달 19일 폴리 기자의 참수 동영상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달 27일 소트로프의 어머니는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IS의 최고 지도자를 향해 “자비를 베풀어 아들을 석방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소트로프는 중동 취재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종군기자로서 종횡무진 활약해 왔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그는 이슬람 세계를 사랑한 용감한 기자였으며 특히 ‘아랍의 봄’을 열정적으로 취재했다”고 했다.
BBC는 “전쟁을 취재하면서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기자였다”고 평가했다. 타임의 낸시 깁스 편집장은 “전 세계 독자들은 소트로프의 목숨 덕분에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고 그의 죽음을 기렸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4∼5일) 참석차 유럽을 방문 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에스토니아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참수에 겁먹지 않을 것”이라며 “(공습 전략 마련은) 시간이 걸릴 것이지만 조만간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골칫거리 IS를 처리하려면 단순히 비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지금은 단호하게 공습에 나설 때”라고 오바마 행정부를 비판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IS, 미국인 기자 또 참수 美 “본거지 공습” 격앙
입력 2014-09-04 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