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기초자치단체장들이 과중한 복지비 부담에 따른 지방재정 파산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중앙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기초연금이나 보육비 등을 지급하지 못하는 ‘복지 디폴트(지급불능)’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자치단체의 재정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대책을 지난 연말 이미 마련했기 때문에 추가 지원은 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어 중앙·지방정부 간 갈등이 깊어질 전망이다.
◇“과중한 복지비 부담으로 지방재정 위기, 특단의 지원대책 마련해야”=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대표회장 조충훈 순천시장)는 3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치단체의 복지부담 완화를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특단의 재정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협의회는 “고령화 및 저출산 대책에 따른 복지정책의 확대로 자치단체의 최근 7년간 사회복지비 연평균 증가율이 11.0%로 지방예산 증가율 4.7%의 2배 수준을 넘고 있다”고 밝혔다.
협의회에 따르면 2013년 무상보육 전면 확대로 지방비 부담이 늘어난 데 이어 올해 7월 도입된 기초연금으로 인해 지난해보다 7000억원, 향후 4년간 5조7000억원(연평균 1조4000억원)이 추가 소요될 전망이다.
반면 부동산경기 침체, 취득세 영구인하 등 비과세 감면정책 등으로 지방세입 여건은 악화되고 있다.
지방재정자립도는 민선자치가 출범한 1995년 평균 63.5%였으나 계속 하락해 50.3%까지 떨어졌다. 226개 시·군·구 중 지방세수로 공무원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곳이 절반이 넘는 125곳(54.4%)이나 된다. 대전 동구의 경우 올해 예산 소요액이 3558억원이지만 3066억원만 확보한 상태다. 복지예산이 1909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62%나 된다. 올해 자체 수입은 420억원으로 예상돼 직원 인건비(530억원)도 지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초단체장들은 영유아보육과 기초연금 등 국민최저생활 보장을 위한 보편적 복지는 국가사무로 비용을 전액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협의회는 226명의 시장·군수·구청장 명의로 기초연금 전액 국비 지원 또는 평균 국고보조율 90% 이상 확대, 보육사업 국고보조율 서울 40%·지방 70%로 인상, 지방소비세율 11%에서 16%로 인상하고 단계적으로 20%까지 확대 등을 요구했다.
협의회는 “정부가 조속한 시일 내 특단의 재정 지원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복지비 지급을 감당할 수 없는 ‘복지 디폴트’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상보육·기초연금은 중앙·지방 공동책임, 추가 지원 어렵다”=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협의회의 기자회견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브리핑을 갖고 추가 지원 요청에 대한 거부 입장을 밝혔다.
문 장관은 지난 연말 지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중앙-지방 간 재원조정 방안’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지방소비세 전환율 5%에서 11%로 확대, 보육료 및 양육수당 국고보조율 15% 포인트 인상, 분권교부세 3개 사업(장애인·정신·양로시설) 국고 환원 등이 시행된다는 것이다. 문 장관은 이런 대책들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3조2000억원의 순재원 이전 효과가 있어 자치단체의 재정 여력이 상당히 호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또 올해부터 4세 아동의 보육료가 중앙정부가 내려 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돼 결과적으로 지난해보다 1조2000억원 정도 국고 보조가 늘어나고 기초연금의 국고 보조율을 지역 상황에 따라 40∼90% 범위에서 차등 적용한 만큼 디폴트 상황이 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무상보육과 기초연금은 중앙과 자치단체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할 사업”이라며 “자치단체는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지급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세출 구조조정, 광역시·도의 조정교부금 조기 지원 등을 위해 함께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 TF를 구성해 방만한 지방재정 운용 실태와 광역·기초 등 자치단체 간 재원배분 비율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치단체의 정확한 재정상황과 복지 운영 실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며 “정부와 자치단체가 최대한 빨리 예산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 복지 서비스가 원활히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박세환 기자 rdchul@kmib.co.kr
[지자체들 ‘복지 디폴트’ 경고] “과중한 복지비 부담 떠안아 지방재정 파산 위기”
입력 2014-09-04 04:09